▲ 강문상 씨.
올 해도 어김없이 충주지역을 대상으로 감귤판촉에 나섰다. 내리 3년째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다시는 여러분께 빚을 지게 하지 않겠습니다.”라며 돌아섰는데, 또다시 향하는 발걸음은 천금만금이다.

기습적인 한파가 서해안을 강타했다는 소식에 신경이 몹시 거슬렸다. 그들의 피해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감귤판매 수치달성에 행여 차질이나 빚지 않을까 싶은 이기심만 이글거렸다.

청주공항에 도착, 바쁜 마음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렌터카를 몰고 한달음에 충주시 칠금금릉동에 도착했다.

미리 주문한 운송차량이 일찍 오는 바람에 남병훈 동장과 공무원, 지역의 단체장들이 1,000상자를 직접 하차한 터라 도착부터 그들에게 빚을 지고 말았다. 서둘러 주변을 정리하고 직거래에 나섰다. 10상자 이상은 직접 배달을 나서는 한편, 충주시청과 주변 읍면동 지역은 판촉전을 펼쳤다.

이렇게 이틀을 보내면서 무난히 목표치를 달성하였지만 그 내막에는 주민자치위원회의 자매결연 인연으로 인한 사전 주문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영하 10도를 웃돈 한파 속에서 강행된 판촉전이 성공적이라 자평하기보다 저들에게 진 빚에 대한 중압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칠금금릉동과는 지난 2006년, 자매결연을 맺었다. 주민 대부분이 사과, 밤과 같은 농사를 하고 있음에도 매해 감귤을 팔아달라 보채는 우리와는 달리 한번도 요구하지 않는 충청도 양반들이다.

더군다나 감귤판매 후에는 한동안 지역특산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지역의 농민, 중개인들로부터의 항의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다만, 금년의 경우 소태면 농협 간부가 4kg 밤 한 상자를 들고 찾아와 직거래를 요청했다. 지역의 특산품 판매에 행정이 아닌, 중개인 도우미제도나 농협이 앞장서고 있는 점에 감명을 받아 마음의 진 빚도 털어낼 겸 돌아와 주문을 받았다. 마음 같아선 앙갚음으로 돌려주고 싶은데 주문결과는 지난 3년 내리 쌓였던 빚을 갚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질 좋고 맛좋은 밤송이를 여물어내는 일에 행정의 도움은커녕, 영농자금 한 푼 쓰지 않는다는 그들의 농업자생력은 한마디로 위풍당당이다.

“관 주도형 감귤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다.”라는 게 전문가들의 꾸준한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을 총동원하는 우리들과는 대조적이라 내 자존심마저 여지없이 헐값, 싸구려에 뭉개져 나갔다.

농가중심, 소비자 중심의 감귤 100년 대계 정책은 진정 요원한 것인지, 하루빨리 제주감귤도 당당한 대한민국 대표과일로 예전의 명성을 되찾아 다시는 이런 일로 그들에게 짐을 씌우지 않는 길만이 빚을 갚는 일임을 다시금 깨우치고 돌아왔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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