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 생활고도 겪고 힘들었지만 꾸준히 돌하르방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다 내가 좋아서 한 일이라 그래"

북제주군 한림읍에 위치한 금능석물원에서 돌하르방을 만들고 있는 장공익씨(73·북제주군 한림읍)는 46년간 꾸준히 돌하르방을 만들어 올 수 있었던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장씨는 "어렸을 때부터 조각하는 것을 좋아했고 커서 다시 이런 일을 하게 됐다"며 "현재 큰아들과 사위가 돌하르방 만드는 것을 전수 받고 있으나 나는 '취미'라고 생각하니까 힘든 줄 몰랐는데 그들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니까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런 마음가짐 하나가 참 크다"며 "나는 먼저 할 것 다 해 놓고 놀러가던가 하는데 사위나 아들은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기술뿐만 아니라 이런 정신까지 물려주고 싶은데 그들 세대에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제주에서 기념품을 만들 때 거의 다 육지것을 모방해서 만들었는데 나는 다른데 것을 모방하기보다는 머릿속에서 구상을 해서 만들었다"며 "어떨 땐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만드는데 사위가 보기엔 '뭔가 뚝딱뚝딱 만들고 있긴 하는데 뭘 만드나'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조각하는 게 좋아서 하긴 했지만 돈벌이가 안돼 40세에서 60세까지 생활고를 겪었다"며 "40대쯤에 금능석물원 같은 걸 만들어 돈 버는 데 주력했으면 그렇게 힘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내가 살아생전엔 이 곳 관람료를 받지 말라고 자식들에게 얘기해 지금 주차료나 식당 등을 해서 돈을 벌고 있지만 내가 죽고 난 후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능석물원에 대해 장씨는 "해방과 6·25 등을 거치면서 내가 어렸을 때 봐왔던 생활 모습들이 많이 사라졌는데 민속촌도 예전 모습을 보여주진 못한다"며 "사라져버린 모습들을 재현하기 위해 이런 석물원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 금능석물원에는 제주 초가를 축소해 만들고 멧돌 돌리는 여인들이나 말싸움하는 어린아이들 등이 사실적이고 해학적으로 표현돼 있다.

장씨는 "이 곳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나를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참 흐뭇하다"며 "어떤 사람은 '이건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또한 장씨는 "세계 각국에 내가 만든 돌하르방이 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보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 개 만들어서 두 개는 보내고 하나는 여기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금능석물원 한 켠에 세계 유명 인사들에게 보내진 작은 돌하르방이 전시돼 있다. 그 돌하르방의 모습은 하나같이 다르다. 갓을 비뚤게 쓴 돌하르방, 볼이 통통한 돌하르방,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 돌하르방 등...

"이름 있는 사람들은 해학적으로 만들지 않는데 나는 밋밋한 돌하르방 보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돌하르방을 만들고 싶어 거울을 보며 내 얼굴을 찌그려보기도 했다"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만든 돌하르방이나 조각들은 전부 제주에 있는 돌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본바탕을 내기 위해 현대식 기계로 아무리 잘 다듬어도 그 본바탕을 표현해 내기가 어렵다"며 "내 뜻대로 안 만들어질 때도 있어 만든 돌하르방을 구석에 처박아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나이가 들면서 거꾸로 가는 게 많다"며 "예전엔 생활고로 돈을 벌기 위해 돌하르방을 만들었지만 이젠 돈을 벌기보다는 내가 생각해 온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요즘 보면 길들을 곧게 곧게 만드는 데 나는 이 곳의 길을 오히려 꼬불꼬불한 좁은 길로 만든다"며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본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금까지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돌하르방을 만들면서 크게 아파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감기몸살로 하루종일 쉬게 됐다"며 "내일부터는 다시 일을 해야겠다"고 말한다.

"100세가 넘어서 망치를 들고 세상을 뜨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아직도 조각하고 싶은 것들이 머리 속에 가득하다"며 고령의 나이에도 식지 않은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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