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라톤의 기둥, 김원탁(40)은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한국 마라톤의 붐을 조성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장본인이다.

1990년대는 한국 마라톤이 아시아와 세계 무대를 석권한 황금기다. 90년 북경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 김원탁이 2시간 12분 56총의 기록으로 일본의 시미즈 사토루(2시간 14분 46초), 북한의 최철호(2시간 19분 18초)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고, 이어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황영조·2시간 11분 13초), 98년 방콕아시안게임(이봉주·2시간 12분 32초) 마라톤경기마저 1위를 차지함으로써 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다.

김원탁은 세화중 때 육상에 입문했다. 1980년 한림공고 진학과 함께 제주도일주 연전 경주대회에 나가면서 장거리와 인연을 맺었으며, 이듬해 다시 세화고로 재입학, 마라토너로서 자질을 키웠다.

특히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성격 때문에 고된 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고, 세화고 2학년 때는 결국 제12회 제주도일주 역전경주대회에서 팀을 종합 2위로 이끌면서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 대성을 예고한다.

김은 1983년 대구에서 열린 제2회 전국고교단축마라톤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며 주니어 대표에 선발됐다. 특히 1984년 건국대로 진학, 체계적인 마라토너 수업을 받게됐고, 그해 11월에 열린 경부역전경주대회에서 우수 신인상을 수상해 한국 마라톤의 유망주로 부상한다.

김은 1985년 제66회 전국체전에선 20km단축마라톤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손기정 세계 재패 기념 제39회 전국마라톤(조선일보 마라톤) 대회에선 2시간 17분 22초로 대회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우승을 차지해 두각을 나타냈다.

마라톤의 역사는 시간의 벽을 허무는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의 기록 깨기 행진은 계속됐다. 87년 제58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12분 26초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그 해 유고 자그레브에서 열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선 7위를 차지한다.

88년 건국대 졸업과 함께 동양나이론에 입단한 그는 송금륭 감독으로부터 본격적인 마라톤 수업을 받고 일취월장의 기량을 선보인다. 특히 제59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12분 41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88 서울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고 올림픽 성화 최종주자로 선정되는 영광도 안게 됐다. 부상 때문에 '86 서울 아시안게임 대표선수에서 탈락했던 설움을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그러나 서울 올림픽에서 그는 2시간 15분 44초로 18위에 머문다. 2시간 10분 32초로 뜻밖의 1위를 차지한 이탈리아 겔리도 브르딘이 자국 국기를 휘날리며 잠실 메인스타디움을 도는 광경을 안타깝게 바라봐야 했다.

그는 그러나 다시 일어선다. 1989년 제60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1분38초의 기록으로 한국신기록 수립과 함께 김완기에 이어 2위를 차지한다. 90년 북경 아시안게임에선 당당히 1위를 차지, 아시아를 재패했다.

동아마라톤 대회에서 두차례나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올림픽 무대진출, 아시안게임 제패를 통해 아시아 최고의 마라토너로 군림했던 김원탁은 95년 제주에 내려와 북제주군에서 코치 겸 선수로, 제주도체육회 육상 순회코치로 활동하는 등 지도자의 길을 걷다가 지금은 구좌읍 상도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다.

제주, 아니 한국의 마라톤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기록도 단축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라톤 강국이 아닌, 마라톤을 사랑하는 나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마라톤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마라톤 역사는 빛이 바랠 것이다. 김원탁에 이어 이 다음 페이지를 장식할 영웅이 탄생되길 고대해본다.

◈프로필
-생년월일 : 1964년 7월 21일
-학력 : 세화중학교-세화고등학교-건국대학교
-주요 경력
·손기정 세계 제패 기념 제39회 전국마라톤대회 우승(2시간 17분 22초·1985년)
·제58회 동아마라톤대회 3위(2시간 12분 26초·한국신기록·1987년)
·제59회 동아마라톤대회 1위, 88서울올림픽 최종 성화주자(1988년)
·제61회 동아마라톤대회 2위(2시간 11분 38초·1990년)
·제11회 북경아시안게임 1위(2시간 12분 56초·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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