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의 사랑이야기] 남자의 얼굴은 이력서, 여자의 얼굴은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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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의 사랑이야기] 남자의 얼굴은 이력서, 여자의 얼굴은 청구서
  • 제주투데이
  • 승인 200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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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가장 아름다운 때는 스물다섯까지라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서른다섯까지라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자가 정말 아름다운 나이는 중년부터라는 말은 유감스럽게도 들어본 적이 없다. 간혹 중년이야말로 진짜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할 때라고 하는 얘기를 듣기는 하지만.

젊음이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것이다. 키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엉덩이가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대로, 그 자체가 가능성이고 개성이다.

그런데 중년이 되면 웬지 커다란 엉덩이는 개성이 아니라 뻔뻔스럽게 보인다. 맹점으로 보여진다.

그 예로 지하철을 타거나 택시를 합승했을 때,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나 택시기사의 눈초리, 택시를 합승한 사람의 눈초리가 그것을 증명한다. 뭐라고 할까, 차갑고 불만스러운 듯한 그들의 시선이.

어느 앙케이트 조사에서 중년 아주머니라는 말에 대한 느낌을 조사했더니 첫째가 ‘뻔뻔함’이며 둘째는 ‘텁텁함’, 셋째는 ‘두꺼운 화장’이라는 것이다.

젊었을 때의 개성이 모두 맹점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젊었을 때의 발랄함이 중년이 되면 피로와 권태감으로 인해 단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중년이야말로 여자가 아름다워지려고 가장 노력을 해야 할 때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투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년 아주머니는 가만히 둬도 예쁜 딸들을 더 이쁘게 하려고 야단이다. 또 있다. 이제 좀 신경을 꺼도 될 만한데 남편 뒷바라지에 열을 올린다(그렇지 않다면 실례). 집을 치장하고 저금하는 일에 너무 정열을 쏟는다.

때때로 ‘이 나이가 돼서 뭘…’하며 중년이라는 말속에 육체도 자포자기해 버리는 중년 아주머니들에게 나는 불만이다. 우리들이 오직 중년이라는 것 하나 때문에 뻔뻔하다느니 텁텁하다느니 하는 흉을 잡히고 있는데.

앞으로 중년 아주머니들은 더 에고이스트가 돼야 한다.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서 모든 방면으로 여유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들 자신들의 경제적인 여유를 만들기 위해서 남편의 술값 줄이기를 확실히 해야 한다. 딸한테는 젊음이라는 무기가 있으니까 그냥 두면 된다. 딸에게 투자하는 비용을 자신을 위해서 써야 한다.

그리고 슬플 때는 솔직하게 울고 기쁠 때는 큰소리로 웃어야 한다. 가장 단순한 감정 표현부터 우선 취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중년 아주머니들은 이웃을 돌본다. 자원 봉사대도 거의 중년 아주머니들이다. 딸에게 투자하고 남편 출세시키느라 용돈 두둑히 주고 화가 나도 기뻐도 내색 않고 사양하면서 살아왔는데, 그런 중년 아주머니들에게 낯짝 두껍다니 웬말인가.

오직 남편과 자식을 돌보느라고 자신에게 태만해서 엉덩이에 살 좀 붙었기로서니, 엉덩이와 허벅지에 살이 붙어 다리를 좀 벌리고 앉았기로서니.

정신없이 달려온 세월의 앙금 때문에 입에 손을 대고 웃는 것, 다소곳이 앉는 것, 조용한 투로 말하는 것을 잊었기로서니.

중요한 것은 우리들 중년 아주머니들은 인생의 중간에서 자신이 서야 할 위치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우리들에게는 중후함이라는 것이 있다. 여우 있는 중후함 말이다. 여유 있는 정신, 우리는 그것을 살려야 한다. 그것을 무기로하여 아름다움을 다져 나가야 한다.

만일 그 때문에 악처라는 딱지가 붙여진다 하더라도 중년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런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아니라는 정신이 중요한 것이다.

사십대 이후 남자의 얼굴은 이력서, 사십대 이후 여자의 얼굴은 청구서라는 얘기가 있다.

지금 세간에서 평가하는 이미지로는 우리 중년 아주머니들은 과연 얼마를 청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행여 한 푼도 청구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되고 마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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