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에만 ‘급급’.. 고용 안정은?

[월간오영훈] 23일 민선8기 일자리 종합대책 TF팀 회의 개최 민간위탁 공공부문 노동자 고용 안정 방안 마련하겠다 약속했는데.. 일자리 문제 핵심은 기업?...노동자와 실업자에 대한 고민은 어디로?

2023-02-23     조수진 기자
23일 제주시 연동 농어업인회관 2층 회의실에서 '민선8기 일자리 창출.관리 대책 및 공공부문 채용정보 제공 개선 방안 TF팀 회의'가 열렸다. 오영훈 지사(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정이 노동 부문에서 일자리 ‘만들기’에만 치중하고 고용 안정을 위한 정책 개발에는 소홀한 모습이다. 

23일 오전 제주특별자치도는 농어업인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선8기 일자리관리 전담팀(TF) 회의’를 열어 일자리 창출·관리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고용 안정 및 유지를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이날 회의에는 도·행정시 일자리 관련 부서장과 공공기관(공사, 출자·출연기관) 인사부 관계자 등 43명이 참석했다.

제주지역 일자리 동향 등 관련 현황에 대한 보고가 있고 나서 오영훈 지사가 부서장들에게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됐다. 

이날 오 지사의 질문과 발언은 일자리 창출과 취업에만 집중됐다. 최근 논란이 된 제주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로 불거진 민간위탁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과 관련한 고민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14일 오전 오영훈 지사가 도청 앞 봉개 소각장 집단 해고 관련해 농성 중인 천막을 찾았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민간위탁 공공부문 노동자 고용 안정 방안 마련하겠다 약속했는데..

오 지사는 지난 14일 봉개 소각장 노동자 집단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농성 천막을 찾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노정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이날, 제주도 민선8기 일자리 종합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 문제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않았다.

이날 오영훈 지사가 발언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재 오 지사가 일자리와 관련해 고민하고 있는 지점을 엿볼 수 있다.

“일자리 ‘미스매칭’을 가장 많이 해결해주고 있는 곳이 폴리텍 대학이다. 대학이 인재 양성사업을 진행할 때 제주도 또는 정부의 산업 육성 방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학 취업 담당자와 담당 공무원이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하고 (일자리 관리)회의에 참석시켜야 한다.”

“제주도에서 배출된 간호인력이 수도권으로 간다.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이 제주지역 병원보다 보수는 높겠지만 주거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적 부담은) 비슷하거나 서울이 더 높을 거다. 그래도 서울로 가는 이유는 도시 생활을 동경하는 것도 있고 부모와 같이 사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20~30대가 원하는 건 단순 주거비용 지원이 아니라 주거공간이 개개인의 트렌드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한다. 직장인을 위한 주거촌이나 공동주택 같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제주에 있는 국가기관 채용 정보를 제주도청 홈페이지 정보란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고용 관련 지표를 계속 발표하는 한국은행 관계자를 회의에 참여시켰으면 좋겠다. 데이터 흐름 변화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고용률을 높일 것인가, 관리할 것인가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6성급 호텔 두 곳이 3월부터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한 호텔은 200명가량, 다른 호텔은 300명가량을 고용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하더라. 관광공사나 관광국에 이런 내용이 전달되었는가. 투자유치과 등 개발사업장 인허가 부서에서 허가를 할 때 채용계획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요구를 포함시킬 수 있지 않는가.”

23일 오영훈 지사가 제주시 연동 농어업인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선8기 일자리 창출.관리 대책 및 공공부문 채용정보 제공 개선 방안 TF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일자리 문제 핵심은 기업?...노동자와 실업자에 대한 고민은 어디로?

이날 회의를 마무리하며 오 지사가 일자리 문제의 핵심으로 꼽은 것은 ‘노동자’도 아니고 ‘실업자’도 아니었다. 바로 ‘기업’이었다.

오 지사는 “우주산업 등 신산업 육성과 고용창출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어떻게 현실화할까 고민해보면 핵심은 ‘기업’”이라며 “예를 들어 우주산업이라고 하면 우리(제주도)가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고 사람을 쓰고 할 순 없다. 우주산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제주에 잘 안착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세금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소득세가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했다. 앞으로 어떻게 5000억원 시대로 갈 것인가”라며 “(제주도를)기업하기 좋게 해야 한다. 기업이 제대로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건지, 어떻게 유치하고 육성할 건지 (고민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기업의 고용과 신산업 육성 간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이뤄지고 해결되어야 (일자리 문제의)실마리를 풀 수 있다”며 “앞으로 세금과 일자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각 기관 인사 관련 부서장들이 제기했던 요구사항은 △공개 채용 연간 횟수를 기존 3회에서 4회로 늘려주거나 수시 채용이 가능하게 해달라(제주개발공사) △면접 시간을 늘려달라(제주테크노파크) △관광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에 신경 써달라(제주관광공사)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