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김정근이 할아버지 아버지로 내려오다 자기 세대에서 끊겼던 제주옹기 명맥을 이으려고 아내와 네 아들과 고군분투하는 삶이 담긴 다큐멘터리 . 제주옹기는 세계유일의 돌가마(노랑굴, 검은굴)에서 만들어진다. 활활 타오르는 불구멍 앞에서 밤낮 없이 나흘간 땀 흘린 도공들의 불때기가 끝나고 가슴 두근대며 가마를 열어보지만 옹기들은 맥없이 주저앉아있다.옹기를 빚어 가마에서 구워낼 찰진 흙을 구했던 땅은 점점 귀하고 화력에 알맞은 땔감을 얻는 곶자왈은 대형 오락·숙박 시설 그리고 국제학교들과 그에 따른 시설들이 차지하고 있다.
평화활동가이자 사회학자로 에코페미니즘, 군국주의, 여성들의 평화조직에 대한 연구와 저술 및 강의를 해오고 있는 그윈(Gwyn Kirk)에게서 오랜만에 이메일을 받았다. 1981년 영국 뉴베리에 있는 그린햄 커먼(Greenham Common) 미공군기지(USAF)에 핵미사일(nuclear-capable missiles) 을 배치하려 했을 때, 전쟁과 군사주의 그리고 폭력에 반대하며 이를 막아낸 여성들의 비폭력 활동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최근 제작되어 줌으로 프리뷰를 할 예정이라며 참여를 권했다. 나토의 핵 미사일 배치 결정에 대해 19
2021년 동일본대지진 10년을 맞아 일본의 아오모리미술관에서 미술을 통해 ‘사라지는 지진의 교훈과 기억을 어떻게 전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는 ‘불빛’ 혹은 ‘증언’이라는 뜻의 라는 제목의 대규모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들은 ‘재난 이후 사회 기반 시설은 개선되고 있고 다음 세대에 교훈을 전수하기 위한 기념관은 건립되고 있으나 재해 지역의 사람들 목소리가 익사하고 있다’며 ‘익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울음이 억눌린 이들을 구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묻
올해 추석엔 사라봉 꼭대기에서 시원한 바람을 받으며 떠오르는 보름달을 맞았다. 넓게 퍼진 붉은 구름 가운데를 적황의 금빛으로 물들이면서 서서히 솟아오른 풍성한 보름달을 만나는 순간! 달에게 고하리라 다짐했던 기원을 마음으로 전했다. 서서히 창백해져가는 달의 표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슬그머니 달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믿거나 말거나! 달을 향한 인간의 애정이 자연현상과 맞물리며 삶에 깊이 스며든다. 바닷물은 달의 운행으로 밀려 나가고 끌려 들어온다. 소설가 현기영은 그의 산문집 『소설가는 늙지 않는다』에 실린 에
4.3을 다룬 영화가 올해 DMZ 영화제에 소개되고 있다. 그 중 개막작인 양영희감독의 는 자신의 가족사에 모질게 얽힌 분단의 현대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연원을 찾아 나간다.감독의 어머니가 대동맥류 치료로 입원하면서 위험하니 아무에게도 전하지 말라며 평생 가슴에 묻어둔 4・3의 참혹한 죽음과 공포의 기억을 딸에게 꺼내놓기 시작하면서 이 다큐멘터리는 시작된다. 평생 가슴에 꼭꼭 눌러 놓은 기억의 빗장이 풀리면서 어머니의 치매도 시작된다. 양감독의 부모는 모두 제주가 고향인 조선적 재일교포다. 부모는 아들 셋
독립국을 꿈꿨던 세 명의 여성 활동가들의 서사로 독립운동과 빨치산 그리고 제주 4·3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이 영화는 1919년 중국 상하이에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 정부 활동부터 해방과 분단(1945), 미소 군정기(1945-1948), 제주 4·3 항쟁(1948-1954), 한국전쟁(1950-1953)으로 이어지는 시기 자주독립과 하나 된 조국을 꿈꾸었던 정정화, 김동일, 고계연 세 여성의 삶으로부터 시작되었다."키도 작고 약하게 생겼지만 압록강을 한밤중에 오가며 독립자금 운반 등 지극히 위험한 일을 했으
오카베 마사오의 전시 《기억의 활주로: 숲의 섬에서 돌의 섬으로》(2021. 7.15~8.4)를 열고 있다. 작가는 50여 년 넘게 프로타주 작업을 하고 있다. 프로타주/탁본은 고고학이나 문화인류학 혹은 범죄학에서 기록의 방식으로 사용해왔다. 동전 위에 종이를 놓아 문질러봤던 경험이 있을텐데, 그것이 일종의 프로타주이다. 비석이나 벽면에 새겨진 문자나 형상들은 프로타주/탁본이 되었을 때 그 내용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고 기록의 역할을 한다.오카베는 자신이 있는 장소를 느끼고자 서 있는 발밑의 장소를 프로타주하는 방법으로 현실을
초등학생 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판사는 정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고 올곧은 품격이 기대되는 존경의 대상이라고 생각했기에 어린 마음에 근사해 보이는 답을 하고 싶었다.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 전범 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우리나라 법원에서 각하했다. 판결문 내용이 기막혔다. "당시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라니! “분단국의 현
코로나로 국경문턱이 높아졌지만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기술인 영상통화와 줌 토크 덕에 식구들 안부도 묻고 전시도 준비 중이다. 인터넷 소통기술이 부재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위안하고 보듬는 따스한 인간애적 기술이기만 하면 좋겠다. 그러나 지나치게 뜨거워진 그 열기가 모든 걸 다 녹여내는 것 같아 두렵다.검색과 이메일 확인과 자료 주고받기를 위해 인터넷을 접속하고 있지만 검색엔진에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뉴스 제목들이 심상치 않다. 논란의 대상이 된 사건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다룬 기사 일수록 광고로 도배되기 일쑤고 내용은 꽝인 경우가 허다
찬란한 봄빛이 호사롭게 느껴지는 아침을 맞고 있다. 한 겨울을 견뎌내고 연이어 내린 봄비를 꿀떡 꿀떡 삼키며 이 반짝이는 봄빛을 흡수해 피어난 꽃들과 연두 빛 새잎이 참 곱다. 개화가 며칠 당겨진 것이 지구온난화 영향이라는 걱정스런 뉴스도 잠시 잊었다. 힘겹게 이어가는 자연의 순환이 고마워 내 얼굴에도 새싹 같은 엷은 미소가 절로 피어난다. 그런데 겨울을 지내고 맞은 따뜻한 봄볕을 한가롭게 누리기엔 상상조차 못할 너무도 참혹한 기억이 4월에 꾹꾹 눌려 담겨있다. 73 년 전 4·3과 7년 전 4·16! 4월의 자연은 봄빛으로 따뜻하
우리는 탯줄을 통해 모체로부터 영양분을 전달받아 성장하고 태어나기에 모체 건강의 소중함을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생태계라는 탯줄로 지구에 연결되어 살고 있다는 건 종종 잊히거나 무시당한다. 광고계에서 10년을 일해 온 리처드 비버스는 항상 바다의 마법에 끌렸고 16살부터 잠수를 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바다 생물인 풀잎해룡이 어느 날 다 사라지자 ‘바다가 병들면 우리도 병든다’는 마음으로 홍보회사를 그만두고 의미 있는 삶을 찾아 ‘생명의 근원이자 날씨와 산소를 조절’해주는 바다 탐험에 나선다. 지구 온난화로 순식간에 거
코로나로 전전긍긍하다 2020년 한 해가 지나가버렸다. 독일작가의 올해 전시는 무한정 연기했다. "다시 일자를 정할 때까지 작가도 살아있고 우리 공간도 유지된다면 전시하자"며 서로 웃었다.코로나 검사를 받고 확진 여부 통보를 기다리는 시간은 엄청 피 말리는 경험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사람을 멀리할수록 안전해진다니, 젠장! 갑자기 격리되거나 어느 순간 사라지더라도 남겨진 자료들을 누군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바빠서 쌓아만 둔 자료를 정리했다. 몸이 불어 작아진 옷들은 새 주인을 찾아갔다. 활동이 주춤해진 격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