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주입과 교묘한 편집식당이든 술집이든 TV가 켜있는 곳은 피한다. 피곤해서 그렇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루 종일 떠든다. 공해도 이런 공해가 다시 없다. 그런데도 업소에선 원하는 손님이 있다며 그 소음을 방치한다. 그러니 내가 알아서 피할 수밖에. 소음 정도가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서서히 온몸으로 퍼져가는 독이다. 생각 없이 TV 뉴스를 보고 있자면 가짜뉴스도 마치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반복 주입이라서 그렇다. 교묘한 편집이라서 그렇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암살 미수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처구니없는 보도가 반복되
극단적 비대칭 희생의 의미6,407명 대 308명.2008년 이래 최근 충돌이 일어나기 전까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희생자의 누적 숫자다. 4차례 충돌 모두 20:1 수준의 희생자를 내었다. 가내수공업적 무기를 든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세계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인이 맞붙었기에 20:1의 희생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일이다.그런데도 지난 7일,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했다. 그러자 곧바로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보복 공격이 예사롭지 않다. 과거에는 단순히
9·4 공교육 멈춤의 날30만이다. 지난 9월 2일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교사들의 숫자다. 대한민국 교사는 모두 합쳐 47만이다. 그 47만 중에 30만이 집결한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인 9월 4일, 교사들은 ‘9·4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선포하고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일이었다. 제주에서는 2000명이 넘는 교사들이 제주도교육청 마당으로 모여들었다. 이건 절박함이다. 억울한 죽음이 내게도 닥쳐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바닥까지 추락하고 있다는 좌절감이다. 모든 책임을
제주에서도 발생한 ‘묻지 마 범죄’망조가 들었다. 위기 때마다 정부는 하는 일이 없다. 남 탓과 하위 공무원에 대한 책임 추궁뿐. 그러니 ‘각자도생’이 시대의 규범이 되어버렸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나 세계잼버리대회 사태만이 아니다. 칼부림도 난무한다. 서울 신림동 살인사건,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같은, 소위 ‘묻지 마 범죄’도 횡행한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저지르는 범죄다. 그러니 예측도 어렵고, 누구나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일면식도 없던 사람의 얼굴을 돌멩이로 가격하고 도주하다 체포된 20대
서이초 교사의 비극으로부터서이초등학교 교사 비극을 보며 ‘두 명의 아이’를 떠올렸다.먼저 ‘남겨진 아이’가 있다. 담임 교사를 떠나보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을 들을 수 없다. 아이는 오늘도 서둘러 학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그리고 ‘묻힌 아이’가 있다. 태어났지만 세상은 존재를 알지 못했다. 아이는 내일의 빛을 한 줌도 누리지 못하고 친부모에 의해 땅밑에 잠겼다.아이들은 교사가 필요하다. 교사도 아이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겨진 아이와 묻힌 아이 모두 교사를 만날 수 없다. 교사와 아이들의 인연을 끔찍하게 잘라버린
37.3℃몽롱해 온다.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 찬물을 끼얹고 선풍기 앞에 드러눕는다. 하릴없이 잠이나 자고 싶다.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켤까? 아니 버티자. 그러다가 다시 리모컨을 잡는다. 온(ON)만 누르면 이 무력감에서 벗어날 것 같다. 누를까? 아니다. 아직은 견딜 만하다. 턱없이 오른 전기료 때문만은 아니다. ‘에어컨’이라는 놈, 나한테는 찬바람을 보내고 그 대가로 밖으로는 더운 바람을 보낸다. 나 좋자고 누군가에게는 폐를 끼치는 물건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내가 뭐 대단한 이타주의자, 생태주의자 같아 보인다. 아니다
역사용어 바로 잡기기시다 일본 총리가 한국에 왔던 모양이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전망이라 한다. 그렇게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그런데 기시다 총리는 일본제국의 한국 강제 병합을 인정할까?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강제성을 부정한다. 양국이 상호 합의 후 조약에 의해 나라를 합쳤다는 주장이다.왜 합쳤다는 것일까? 일본은 나름의 논리가 있다. 19세기, 서양 제국주의가 강성해지면서 아시아로 침략해 들어왔다. 아편전쟁으로 아시아 최대 강국인 중국이 절반쯤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건 동아시아 한, 중, 일 모두의 위기였다.그 위
어른이 되면 알게 돼내가 중학생 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은 아니다. 그런데도 간혹 호랑이가 담배 피는 듯한 사건들이 있었다. 학교에서. 그것도 도덕 시간에.황당한 일이었다. 당시 그 도덕 담당 교사는 시중에 판매되는 모 출판사 문제집을 그대로 베껴 시험지를 만들었다. 지금이라면 큰일 날 사건이겠지만, 그때는 비슷한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갔다. 정보에 밝은 학생들, 성적에 매달리는 학생들만 몰래 챙겼고, 나머지는 관심도 없었다.나는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시험 대비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그럼에도
신뢰지수 꼴찌인 한국 언론‘가짜 뉴스’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메이저 언론의 뉴스라면 일단 믿는다. 게다가 반복 보도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이 경우 주입된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견해’라고 착각까지 하게 된다. 이런 위험성은 언론의 본성 안에 이미 내포돼 있다. “매체를 통해 어떤 사실을 밝혀 알리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가리키는 일반용어”라는 게 언론의 일반적인 정의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론 형성 활동’에서 문제는 발생한다.‘여론’은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형성’활
사람 냄새 나는 글도 써달라에 시평을 쓴 게 이제 1년이다. 주변의 다양한 평가를 듣는다. 나를 성찰케 하는 조언도 여럿 있었다. 가장 뜨끔했던 것은 ‘따뜻함 부족’이다. 내 글에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심정적 저항이 일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제주 사회가 어디 정상적인 구석이 있어야 말이지요’라는. 사실이 그렇다. 우리 사회 기득권층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천박한 모습으로 오로지 자신들의 이권 추구에만 몰두한다. 그걸 지적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 역시 기득권층으로 편입되어 파렴치를 부추긴다. 그런
암울하게 맞이했던 연말연시어둡다. ‘희망찬 새해’라는 덕담들이 오갔지만, 여전히 칙칙하다. 아니 더욱 암울해진다. ‘날리면’ 외교 망신도 참담한데, 선제 타격, 확전 등의 거친 말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 그렇다고 안보에 내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 무인기가 대통령 경호 구역(P-73)까지 진입할 정도다.국내 정치도 말할 게 없다. 가족, 측근들의 비리 의혹은 덮고, 정치 반대 세력에겐 무분별한 압수수색으로 일관한다. 추락한 경제는 회복 전망이 보이지 않고,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국민 안전에는 무심하다.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동호직필: “사관의 권한이 막강하도다!”중국 춘추시대 진(晉)나라 영공은 어린 나이에 재상이던 조돈에 의해 겨우 보위에 올랐다. 조돈이 국정을 거의 섭정하였고, 진영공은 어린 대부들과 놀기만 하며 국사를 배우려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었어도 그는 더욱 무도한 일을 벌일 뿐이었다. 도원을 짓고 음행과 음주가무를 즐기고, 가무를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백성들에게 탄환을 발사하여 죽이기 ‘놀이’를 하고, 맹견을 키워 데리고 다니며 사람을 물려 죽이기도 서슴지 않았다.조돈 등 신하들의 간언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간언을 하는 조돈이 미워 그
‘안전운임제’는 전체 시민을 위한 사회안전망지난달 30일, 제주지역 29개 시민사회단체·정당은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전운임제의 안정적 제도화 및 확대 적용 요구’를 정부가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대체 안전운임제가 무엇이기에 형사 처벌과 손해배상, 가압류 협박에도 그들은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화물노동에 대한 최저임금제라 할 수 있다. 화물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과로, 과속, 과적은 필연이다. 이것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적, 과속을 동반한 졸음운전은
2023년 4·3항쟁 75주년을 앞둔 최근에 여러 의미 있는 일들이 있었다. 우선, 4·3 당시 억울하게 유죄 선고를 받았던 많은 생존 수형인들이 재심을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았다. 물론 이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5년 6개월에 걸쳐 점차적으로 이루어져 온 일이다. 둘째, 4·3 희생자 300명에 대한 첫 국가보상금 지급이 이뤄진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할 과제이고, 후유장애등급에 따른 차등지급이라는 문제도 남겼다. 셋째, 4·3연구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석·박사 과정이 운영될 예정이다. 여전히 우려되는 지점
‘망발’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 -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 박희영 용산구청장*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 -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사고 책임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공적 기능을 담당해야 할 공영방송사에도 있다” -박성중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모도 자기 자식이 이태원 가는 것을 막지 못해놓고” -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주요 공공기관장에 대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인사를 두고 말이 많다.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등의 꼬리표들이 그것이다. 심지어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에 대해서까지 임명을 강행하며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사실 인사에 따르는 꼬리표들과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별로 낯설지 않은 평가이고 주장이다. 중앙정치 차원에서도 특정 정권과 상관없이 반복되어온 일이고, 제주 정치에서도 그랬다. 목하 제주에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제기되는 것은 국민의힘 소속인 윤석열 정부의 인사행
‘자리’의 본질거의 끝나간다. 도지사가 임명하는 기관장 인선 말이다. 아직 몇 ‘자리’가 남긴 했다. 근데 그 ‘자리’의 본질이 뭔가? 선거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자에게 내리는 전리품인가, 아니면 시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머슴의 역할인가?내가 너스레를 떨고 있는 건가? 다 알면서 순진한 척, 뻔한 원론을 꺼내고 있는 건가? 좋다. 선거 공신 챙기기라는 현실을 인정하자. 선거 때 투척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당선 직후부터 이권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티 나지 않게, 법망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그러니 인선 자체가 거래라
지난달 25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 의미 있는 토론회가 있었다. ‘제주대학교 4·3학 석·박사과정 개설의 의미와 추진방안 특별토론회’가 그것이다. 아쉽게도 논자는 깜빡하여 참석하지 못하고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대략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었다. 4·3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후속세대가 양성되어야 하는데, 4·3연구는 특정 개별학문이 아니라 여러 학문의 학제적 접근을 요하는 분야이므로 관련 학과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과정의 석·박사과정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골자이다. 그리고 과정 운영에 필요한 재원은 제주도를 포함한 뜻 있는
한계의 징후들위기는 갑자기 닥치는 게 아니다. 사전에 신호를 보낸다. 한계에 도달했다는 경고다. 그렇다면 그 신호는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이어지는 것, 그게 신호다.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 말이다. # 1. 아란길 공영주차장 복층화 사업에 20억을 들여 19면의 주차장을 확보했다. 주차면 1개당 평균 1억 원을 썼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한 해 500억 원의 주차장 건설비용이 편성되고 있다. 납득하기 어렵다.# 2. 버스 준공영제 관련, 보조금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비리는 논외로 하더라도, 버스의 수송 분
윤석열 정부는 이른바 ‘국민대통합’을 국정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강정마을을 찾았던 윤 대통령은 강정투쟁과정의 사법처리자 사면복권과 마을발전 사업을 공약했다. 오영훈 도지사는 지선 때에 제주사회의 갈등 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취임이후 공약실천의 첫 행보로 강정마을을 찾아 전 도정과 강정마을의 협약과제를 성실히 지키고 사면조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개원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관련 강정마을 주민 사법처리자 사면복권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일단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