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신 사월의 길
유채꽃 향기로 물들어 가는 사월의 길을 걸어보지 않으실래요?
사월의 들녘을 지날 때는 유채꽃 길을 걸어보세요.
바람의 깃털에 묻어났을까요? 은은한 유채꽃 향기가 옷깃을 묻히며 옛추억으로 젖어들게 합니다.

▲ 총총 내려 앉은 개별꽃
오솔길을 걸어가노라면 초록의 숲 향기에 마치 초록 물들어 버릴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기도 합니다.

샛노랗게 채색해가는 4월의 들녘을 지나 비밀의 화원으로 찾아갔습니다.

파릇파릇 무성해진 청보리밭을 지나 오솔길을 접어 들어가면 개울이 있습니다.

비가 조금 내려도 금세 큰 물살을 일으키며 큰내가 터지는 곳입니다.
엊그제 밤에 봄비가 내리더니 큰 물살을 일으키더군요.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물살에 휩쓸러 가지는 않았을까? 물에 잠겨 숲의 천사들이 울고 있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비밀의 화원이라 부르는 이유는 개울가에 자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운 꽃천사들이 내려오지 않을 듯 그저 흔한 개울가로 생각할 수 있으나 개울가를 건너 햇살에 달구어진 바위를 건너면 아담한 작은 숲이 나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비가 내린 후에는 큰 물살을 일으키는데도 물살에 휩쓸러 가지 않고 그 자리 그곳에서 숲을 지키고 있는 들꽃들이 남몰래 어여쁘게 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꽃마리 꽃은 꽃이 아주 작아서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찾기 어렵습니다.
붉은 입술로 반겨주는 산동백꽃이 제일 먼저 반기고 산벚꽃들이 화사한 날갯짓에 봄은 무르익어 가고 있습니다.

비밀의 화원에는 샛노란 세복수초가 피기 시작하면서부터 꽃천사들이 하나 둘씩 찾아오게 됩니다.
깜찍한 새끼노루귀이며 보랏빛제비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나고 향기 그윽한 남산제비꽃도 비밀의 화원으로 찾아왔습니다.

총총 빛나는 개별꽃이 반짝이며 노래를 하고 있을 무렵 아주 작은 꽃잎을 활짝 열어 꽃밭을 이루는 냉이꽃도 하얗게 만발하게 피어났습니다.

▲ 개미자리 종류도 많습니다. 들개미자리는 꽃마리 보다 꽃이 조금 큰편이며 꽃은 흰색입니다.
냉이도 종류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벌깨냉이는 제주도 특산식물입니다.
잎으로 보아서는 냉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나 꽃을 보면 냉이꽃임을 알 수 있습니다.

▲ 현호색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치, 입 큰 물고기 같습니다.
냉이꽃보다 아주 작은 꽃잎을 활짝 열어 놓은 꽃마리도 찾아왔습니다. 꽃마리 곁에는 들개미자리도 활짝 피어났습니다.

현호색들이 여기저기서 숲을 헤엄치는가 하면 자주괴불주머니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났습니다.

꽃보다 이파리가 고운 족두리풀은 신방을 차려놓고 수줍은 듯 살며시 풀섶으로 가려 있습니다.

숲속의 관악대가 있어 숲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귀 기울어보세요.
순백의 산자고랑 구슬봉이들이 작은 나팔을 불고 있어 숲의 아름다운 소리가 들립니다.

비밀의 화원에는 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키 작은 자금우를 비롯해서 백량금, 호랑가시나무, 우묵사스레피나무도 숲을 지키고 있습니다.

나무와 들꽃이 숲을 지키고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새와 나비가 날아듭니다.
비밀의 화원은 새들이 보금자리이기도 합니다.

▲ 족두리풀은 꽃보다 잎이 곱습니다.

저녁 햇살이 뉘엿뉘엿 서쪽 숲을 가릴 때쯤 새들도 새들의 보금자리를 찾아들기 위해 한창 분주한 저녁시간이 됩니다.

가끔 산꿩이 울어대고 비둘기가 가족을 찾아 부르는 소리가 구구구 들려오는가 하면 휘파람새 소리도 들려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비밀의 화원에는 조랑말 울음소리까지 들려옵니다.

비밀의 화원에서 한참 머물다 보면 어느새 풀빛으로 물들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빨간 열매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 백량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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