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라는 간판을 걸고 올해로 10년째이다. 그게 어떻다는 얘기냐 하고 물으면 별달리 할 말은 없다. 다만 지금도 글을 쓰는 일이 익숙치 못하고 두렵다.

그러나 쓰지 않고는 또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는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울었다 웃었다 할 테니까 그것을 나는 전하고 싶다.

나의 강점은 기억력이다. 사건에 대한 기억력이 아니라, 느낀 것에 대한 기억력이다. 그 때 어떻게 느꼈다고 기억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건이라는 디테일을 만든다.

감각의 기억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냉동되어 보존되어 있다. 그것을 해동시켰을 때 나는 글을 쓴다. 아니 얘기를 쓴다고 해야 옳을 게다.

사실 나는 오래 전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다. 마음은 그랬지만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게으름 때문이었다.

게으름에서 탈피했을 때 세 시간씩 쓰기 시작했다. 오후부터 다섯시까지. 그 세 시간이다. 실질적인 그 세 시간은 극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나머지 시간은 거의 멍하게 앉아 있거나 다시 게으름을 피운다.

내가 글을 쓰는 세 시간이 나의 에너지의 한도다. 무리해서 그 이상 쓰면 다음 날은 아무 것도 못한다.

10년째 되는 지금도 새로운 단행본을 준비하는 동안은 위가 묵직하다. 산뜻하질 못하다.

그런데 단행본 작품을 끝냄과 동시에 그 증상도 사라진다. 그게 이상하다.

드라마를 쓸 때는 별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질 않는다.

위염이 되살아나는 것은 수필을 쓰기 때문이다. 허구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써야 하는 부담. 발가벗는 작업이 아직도 내겐 고통인 모양이다. 생각한 것,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데도 언제나 글을 쓰는게 두렵다. 복서처럼 언제나 고독하다.

세상에는 글을 쓰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사람과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진짜 훌륭한 쪽은 후자일 것이다. 행복한 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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