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컨벤션 산업이 무역 인프라로서 갖는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시·컨벤션 산업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중소도시까지 대형전시장 건립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래 전시ㆍ컨벤션 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마치 문화회관 하나를 새로 짓듯 우후죽순처럼 전시·컨벤션시설이 들어서고 있어 공급과잉 논란이 되고 있다.

▲ ICC JEJU
현재 국내에는 2003년 3월 문을 연 ICC JEJU(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비롯해 2000년 5월 ASEM 회의를 계기로 문을 연 서울 코엑스(COEX), 부산 BEXCO(2001년)·대구 EXCO(2002년), 서울 양재동 농산물무역센터(aT센터·2002년) 등의 대형 전시·컨벤션시설물이 있다.

여기에다 지난 4월 문을 연 경기도 고양시의 KINTEX(한국국제전시장)을 비롯해 호남권 전역을 겨냥한 전시장인 광주 GEXCO(광주전시컨벤션센터)와 경남 창원의 CECO(창원컨벤션센터가 오는 9월 각각 개관한다. CECO는 특히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COEX에서 향후 5년 동안 위탁 운영한다. COEX 동남부 전진기지인 셈이다.

아울러 경북 구미시는 2007년까지 옛 금오공대 자리 1만여평에 구미공단 입주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장인 '구미디지털전자산업관 '을 설립하며, 포항시는 연면적 1만5000여평 규모에 컨벤션 기능을 갖춘 가칭 '동북아연합센터'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도 지난 95년 문을 연 대전무역전시장에 이어 엑스포과학공원 국제전시구역 내 '과학기술창조의 전당' 건립공사를 추진, 내년 12월 문을 연다.

따라서 ICC JEJU로서는 국내적으로 신생 전시장, 바깥으로는 급격하게 성장하는 중국 전시산업과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물론 방법은 차별화 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시산업이 새로운 성장모델이기는 하지만 중소도시까지 대형전시장 건립에 나서는 것은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 중소도시까지 전시 컨벤션 시설물 조성

ICC JEJU의 경우 2003년 개관 이후 UN환경계획(UNEP),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총회 등과 같은 국제회의를 잇달아 개최함으로써 제주도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14건의 국내·외 행사(참가자 19만8000여명)을 유치해 690억원의 직접 생산효과와 1575억원의 경제적인 파급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적자 경영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ICC JEJU의 경우 2002년 5억8500만원의 당기 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03년에는 71억15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더욱이 지자체마다 전시·컨벤션센터를 잇따라 조성함으로써 갈수록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시·컨벤션 시설물은 지난 1999년 1만4290평이었으나 지난해말에는 8만8648평으로 늘어났다. 또 연말까지 10만7288평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전시·컨벤션 별로 특화된 전시·컨벤션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 올해 1만5000평이상 초과 공급 예상  

업계에선 국제회의 유치 등을 감안할 때 올해 국내 전시시설은 1만5000여평 이상이 초과 공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전시·컨벤션 시설에 대해 적정 규모를 산정, 정부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 ICC JEJU의 경우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국가 차원의 홍보마케팅과 가격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제회의 유치는 컨벤션센터 차원 뿐 만 아니라 그 지역과 국가적인 차원의 협조가 필요하다.국가 및 지역의 이미지 제고를 높이기 위한 홍보활동은 그곳 컨벤션센터의 홍보 효과를 부수적으로 거둘 수 있다.

컨벤션과 관련된 유명인사를 대상으로 한 투어를 국내에서 공동으로 실시해 컨벤션 개최 여건을 대외에 알릴 필요성도 있다. 국내 인사도 국제적인 회의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컨벤션센터의 이름이나 실력을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아울러 국제회의 참가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항공요금과 숙박요금이다. 제주의 경우 국제항공노선이 취약해 대부분의 회의 참가자들이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의 COEX와의 경쟁에서 불리하다. 국제회의가 갖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항공사 또는 지역 호텔업계서도 비슷한 수준의 할인혜택이 제공되는 등 적극적인 협력체제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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