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는 힘을 다해...

"돈내코 입구에서 야영장까지 4.2km를 걸었어요. 그 길은 오르막길이어서 더욱 힘들었구요. 너무 힘들어서 캠프에 참여한 걸 후회했어요. 그러나 고생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자 '해냈다'는 뿌듯함과 엄마가 보고싶어 눈물이 났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마음이 즐거워졌답니다. 이번 건강캠프 참가를 계기로 1년 후 날씬한 여중생이 될 나를 생각하면 앞으로 운동을 더 많이 해야겠어요."(오슬기, 서귀중앙교 6)

26일 오전 8시 서귀포학생문화원수련부(구 제주학생 야영장). 한이경 프로에어로빅학원 원장의 구령에 맞춰 에어로빅 체조를 하는 초등학생들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서귀중앙초등학교(교장 오순명)이 마련한 기초 체력반 건강캠프. 비만 어린이 70명이 참가한 초등학생 살빼기 캠프다. 어린이들은 쉽지 않은 살빼기 작업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게 돼 고통을 덜 수 있다며 열심이다.

25~26일 1박2일 일정으로 마련된 이번 캠프는 비만·편식아동에게 식사지도와 영양교육, 운동지도를 실시, 어린이 스스로 ‘비만은 질환 ’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행사의 목적.

현정렬 서귀중앙교 연구부장은 "비만은 질환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기 위해 건강캠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 꼭 해내고 말테야.
▲ 다리도 출렁, 마음도 출렁.

# "선생님과 함께하면 살빼기도 쉬워요"

캠프 참가 어린이들은 첫날 돈내코계곡 입구에서 서귀포학생문화원 수련부(구 제주학생야영장)까지 도보로 이동한 후 개영식을 가졌다. 김인옥(서귀포보건소 임상영양사) 강사의 '비만이란" 주제의 강연이 있었고 선생님들과 함께 극기훈련으로 들어갔다.  어린이들은 처음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젖 먹던 힘까지 내보지만, 육중한 몸으론 어림없다. 이내 이마에 송글 송글 땀이 맺혔다. 숨이 턱밑까지 차 오른다.

기다리던 저녁시간. 그러나 특별히 마련된 음식은 평소 즐기던 것들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이 평소 좋아하던 인스턴트 음식이라고는 없다.

이어 '우리는 중앙가족'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발을 씻어주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심신이 맑아지는 기 수련' 특강(강사 이문석 국선도 서귀포지회 단장)도 마련됐다. 

서귀중앙교는 특히 어린이들이 조별로 밥을 지어먹고, 촛불의식과 '사랑의 편지 쓰기'를 통해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건전한 생활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둘째 날에는 에어로빅 체조, 캠프 참가 소감문 쓰기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어린이들은 비만 탈출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오순명 교장은 "과식이나 편식 같은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아이들의 체격은 커지는데 체력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이를 야단 칠 때 ‘뚱뚱한 것이’라거나 ‘돼지야’라는 말은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아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체중이나 체형으로 평가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자녀가 좋지 못한 행동을 한 경우에는 행위 자체를 지적하고 고쳐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귀중앙교는 지난해 제주도교육청 보건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후 지난 1년 6개월 동안 기초체력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4회씩 하루 1시간 이상 체력단련 활동과 월 2회에 걸쳐 오름 걷기 운동, 요가 활동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몸이 가뿐, 자신감은 부쩍

# 초등학생 비만율 7년 새 ‘두배’

최근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 등 서구화된 식생활로 영양섭취는 과다해진 반면 운동량은 줄어 체격은 많이 성장했지만 체력은 오히려 저하되고 비만 학생, 편식하는 학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제주지사가 최근 펴낸 '어린이 비만 각종 통계'를 보면 어린이 비만율은 1999년의 12.0%에서 올해는 23.4%로 7년 동안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아 비만의 경우 80~85%가 성인비만으로 이행되거나 동맥경화·당뇨병·심근경색·고혈압 등 소아성인병이 나타나기 쉽고, 외모에 대한 열등감, 대인관계장애,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인 질병까지 초래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 1년 후 날씬한 내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 목표가 저긴데...

현정렬 서귀중앙교 연구부장은 "어린이 비만 방지를 위해 식사는 균형있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아이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무리한 식사요법은 피해야 하며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되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은 규격화된 운동에 싫증을 내는 경향이 있으므로 놀이나 일상생활에서 신체 활동을 늘리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며 학교 갈 때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간다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식으로 신체활동을 적극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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