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이 변하지 않았다. 앞으로 투쟁일변도로만 갈 것인가?"
"대기업노조는 비정규직 임금인상에 어느 정도 부담을 질 준비가 돼 있는가?"
"머리는 왜 깍았나? 이런 모습도 국민들에게는 구태로 보여진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위원장이 30일 TV토론회에서 최근 노동계의 비리와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곤혹을 치렀다.

이용득, 이수호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형식으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 시종일관 노동계의 자성과 위기 해법에 대한 부재 등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았다.

특히 질문자들은 노동계 비리, 노동운동의 위기, 대기업노조의 무책임성, 투쟁일변도 노동운동 등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경제학과)는 "노동운동은 국민들 불신을 받으면 지지를 받기 힘들다"며 "비리이후 쇄신한다는데, 좀 진작에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고, "전문가들 사이에는 노동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탈피하려고 강경하게 나아가는 것 아닌가하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노동계 스스로가 이에 소홀했던 점이 많았다고 지적하고, "대기업노조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기업 정규직노조에 못 들어가는 사례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김상철 MBC 경제전문기자는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 노동자위원들이 사퇴했다"며 "만약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협상에 임했다면, 9.2%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얻지 않았겠는가?"라고 짚으면서, "그러면 저임금 노동자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어 청중석의 한 시민은 "두 위원장 인식의 문제에 한국노조에 희망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국민의 지지는 노조의 도덕성이 바탕이 돼야 함에도, 두 위원장은 너무 가볍게 이야기 한다"고 짚으면서, "머리를 깎는 것도 국민의 눈에는 구태로 보인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몰아부쳤다.

또 이용득 위원장에 대해서는 "한국노총의 개혁은 선거제도로 이어져야 한다"며 "다음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직접적으로 묻기도 했다.

이밖에 진행자 손석희 아나운서는 토론 말미에서 "토론에서 노동운동의 위기가 아니라, 노동의 위기이라고 했다"면서 "노동의 위기를 벗어나게 하는 방법도 노동운동에 있다"고 말하고, "혹시 위기에 처해 있다면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환 장관 스스로 물러나야"

이와 관련, 두 노총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노동계 비리문제 등은 겸허히 수용하면서 제도적인 문제를 고쳐나가고, 대화를 통한 상생의 노사관계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노동부를 비롯한 노동관계 부처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용득 위원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적 관계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노동부장관이 발언하는 것을 보면, 이제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노총위원장 취임 이후 대화에 중심을 두는 노력을 하다가 노동부장관의 이 같은 행동에서 손을 다 들었다"며 "지금은 대화냐 투쟁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수호 위원장은 "민주노총도 대화에 노력해 왔고, 그 기조는 계속 가져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새로운 노정관계를 위해서는 대화파트너를 교체했으면 좋겠다"고 노동부장관 퇴진을 거론했다.

이 위원장은 또 "(노동부장관과의) 개인적 관계도 있고 해서 안타깝다"면서도 "노정관계의 문제로 봐서는 본인이 결단을 내려주는 것도 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정청천 기자@프로메테우스

기사제휴=프로메테우스(http://www.promethe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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