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3월.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 넘어갈 즈음 연미골에는 항일 구국에 앞장서는 12명의 젊은 유림이 있었다.

이들은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 잡기 위해 집의계라는 비밀 결사체를 만들어 망국의 치욕에 울분을 토로하고 국권 회복의 의지를 가다듬었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바위산에 모여 '조선의 치욕을 설원한다'는 뜻에서 바위에 '조설대'라고 새겼다.

▲ 연미마을회관 앞에 조설대 입구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조설대는 신제주 중앙중학교 동쪽에 위치한 오라2동 연미마을 회관 앞에 '조설대 입구'란 표지석을 따라 들어가면 3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계속 오른쪽 농로로 따라 300m정도 가면 오른쪽에 큰 솔밭이 나타난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솔밭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주변은 비닐하우스와 감귤 과수원이 조성돼 있다

조설대 주위에는 돌담을 쌓아놓고 있고, 풀을 벤 흔적이 있어 지속적으로 조설대를 보호하고 있다. 솔밭 가운데 누워있는 황바위머리에 '조설대(朝雪臺)'라고 음각되어 있다.

▲ 朝雪臺라는 글씨는 현무암 자연석에 가늘게 새겨져 있어서 마멸될 우려가 있어 좌우와 윗부분을 돌로 가려 보호하고 있다.
이 조설대는 유서깊은 망곡터이다.

이응호, 김좌겸, 김병로, 김병구, 김이중, 서병수, 고석구, 김석익, 강철호, 강석종, 임성숙, 김기수 등 12인의 집의계 인사들은 한일합방이던 경술국치일에 조설대에 다시 모여 '왜적에 항거하기를 천지와 더불어 하고 종묘사직에 맹세하여 의병으로 투쟁하자'고 다짐하였다.

집의계 취지문에서 말하기를 "무릇 사람이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천지를 공경하고 신명(神明)을 숭례하며 충군애국하는 것이 떳떳한 길이다. 이것이 우리 선조들의 유명(遺命)이거늘. 슬프다, 우리 태조께서 조선을 건국하신 지 300년이 흘러오는 중엽에는 왜국과 청국의 침입으로 고난을 받아왔다.

이제 고종 광무에 이르러서는 수고당(守古黨)과 개화당(開化黨)의 분쟁과 간신 모리배의 집권으로 말미암아 국력이 쇠진했다. 왜구는 그 시기를 타서 광무9년 을사조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이게 합방의 흉계임을 알게 되고 장성(長城)의 기우만(奇宇萬)의 의거를 일으킨 때를 맞추어 동지들과 더불어 의논하고 집의계를 결성하는 바이다." 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그 뜻을 크게 행동으로 펴지 못하였고 다만 후진들에게 애국심을 심어 주기 위하여 이응호는 탁라국서를 집필하고 김석익은 탐라기년을 펴냈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애국심을 가지게 하였다.

▲ 12지사들이 이 곳에서 조선의 수치를 설욕하자며 회합을 한 이후 망곡의 터가 사람들에 의해 조설대(朝雪臺)로 이름이 바뀌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12지사들이 이 곳에서 조선의 수치를 설욕하자며 회합을 한 이후 망곡의 터가 사람들에 의해 조설대(朝雪臺)로 이름이 바뀌어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이 곳은 또 지사들이 안중근 의사에 의해 초대 조선통감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암살되자 '의에 살고 의에 죽자는 맹약을 재다짐하고 무력투쟁만이 구국의 길'임을 확인하는 시를 지어 암벽에 새겨 놓았다.

'朝雪臺'라는 글씨는 현무암 자연석에 가늘게 새겨져 있어서 마멸될 우려가 있어 좌우와 윗부분을 돌로 가려 보호하고 있으며, 후학들이 '大韓光復義士' '朝雪臺'라는 비석을 동산 위에 세워 놓았고 입구에는 '集義契光復義士敬慕碑'를 세워 놓았다.

▲ 조설대 입구 왼쪽에는 集義契光復義士敬慕碑를 세워 놓았다.
또한 조설대 옆에는 1977년 신제주건설 당시 지금의 북제주군청 정문 앞 소나무 주변에 모셔졌던 '문연사(文淵社)'가 옮겨져 있다.

이 제단은 '집의계' 유림들을 길러낸 귤암 이기온 선생과 그의 스승 면암 최익현 참판을 기리기 위해 1931년 세워 향사하던 것으로, 아직도 음력 정월 중정(中丁)에 제를 지내고 있다.

한일합방 이전에 조직된 조설대의 항일 비밀 결사체인 집의계는 모든 도민이 함께하는 항일의병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금은 소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고요만이 조설대를 감싼 채 지난날의 역사를 되새기고 있다.

조설대는 항일구국의 역사적 장소이다. 연미마을을 지날 때 한번쯤 들려 지난날의 항일 항쟁의 뜻을 기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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