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 "양보다 질이다"

# 장면 하나.

지난 여름 피서관광을 위해 제주를 찾은 서울의 어느 가족 얘기다. 이들은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를 찾았다. 김포공항 E마트에서 아예 식음료를 사고 한림읍 협재리에 있는 펜션에 묵었다. 렌터카는 공짜다. 해수욕장은 바로 눈앞에 있고 서울에서 모든 것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따로 지출을 해야 할 필요기 없다. 이들이 제주에서 3박4일 동안 쓴 돈은 펜션값과 왕복 항공료 뿐이다. 그야말로 알뜰 피서관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속 쓰리다. 단적인 얘기이지만 관광지 상인들에게는 남는 게 없다.

# 장면 둘.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는 제주도다.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2005 국민여행실태조사' 결과 30.2%가 제주도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제주도는 '기억에 남는 방문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1위가 11.8%로 강원도가 차지했고, 경기 8.5%, 경남 7.9% 순으로 나타났다. 왜 그럴까?

제주도는 19일 올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5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7월 아시아나항공 파업과 '독성'해파리 출현, 기상 악재, 평양·개성 북한관광 개방 예고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경기 회복과 주5일제 본격 시행, 2006 제주 방문의 해 지정, 동남아지역의 테러와 조류독감 영향, 대만 직항로 개설, 일본 오사카 데일리 운항 등의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일 현재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총 408만4842명(내국인 378만1500명, 외국인 30만3342명)으로 지난해 관광객 403만5604명을 넘어섰다.

제주도는 그러나 지난해에도 올해처럼 관광객 유치목표가 510만명이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제주도 관계자의 말. "수학여행단이 효자다. 요즘 평균 1000명 이상 수학여행단이 제주를 찾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 500만명 돌파는 무난하다" 그런데 500만명이 그렇게 중요한가. 실속없이 숫자놀음에만 매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이제는 관광객 수에 연연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관광은 오늘날 우리 인간 삶의 중심 테마가 됐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 같은 삶을 깨는 기회다. 물리적 개발보다는 청정자연을, 친절하고 바가지가 없는 곳, 먹거리·놀거리·볼거리·멋거리·할거리들이 많은 곳,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을 만드는데 좀더 역량을 집중하자. 설사 500만명이 안되더라도 씀씀이가 중요하다.

오늘 날 관광이 도시의 오염된 공기와 물, 소음과 메말라 버린 인심에서 벗어나 생태관광(에코 투어리즘), 녹색관광(그린 투어리즘), 농촌관광 등과 같은 체험과 참여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제주형 관광전담 조직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제주 관광산업 실태 전반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하고 관광진흥을 위한 실천 전략을 마련하자.

관광은 사업이고 경영이다. 과거지향적인 자원과 관광상품만을 제공하면 성공할 수 없다. 실속없고 소모적인 축제도 없애자.

제주의 상징은 맑고 깨끗함이다. 웰빙시대다.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하자. 이제 제주관광은 양적 수치보다 얼마나 고소비를 하는 관광객을 얼마나 더 유치하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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