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서적 공부ㆍ간병일지 작성 지극 정성 덕에 노모 '아름다운 치매인'

9년째 치매에 걸린 노모를 정성으로 보살피고 있는 지체장애 3급 중증장애인이 아산재단(이사장 정몽준)이 주는 제17회 아산 효행상 수상자로 선정돼 오는 25일 아산교육연구관에서 상패와 500만원의 상금을 수상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가난한 장애인이 치매 노모( 최인례·85)를 모시고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병이 호전됐다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김판조(55세)씨. 그는 노모를 '아름다운 치매인'이라고 불렀다.

그는 5남매 중 장남으로 3살 때 소아마비로 3급을 전단을 받고 가난한 살림 때문에 초등학교를 중퇴했다.

부친을 일찍 여의고 쉰 살이 넘도록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노총각 김씨는 가난한 형편과 지체장애를 지닌 자유롭지 못한 몸이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햇빛도 돌지 않고 화장실도 주인 집 화장실을 써야하는 단칸방(제주시 일도2동)에서 9년 동안 대·소변을 받아내고, 씻기고, 먹여가면서 간병한 그 자체만으로 그의 효심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는 그러나 어머니가 자신을 위해 희생한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간병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이 별 3개는 어머니가 대변 잘 나온날, 여기 요건 어머니께서 하신 재미난 말을 적은 것이고, 이건 그날 뭘 드셨는지 적은 것이죠"

지난 5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꼼꼼히, 세세하게 써 온 간병일지에는 막연하게 돌봐드렸던 발병 초기에 비해, 또 다른 치매 노인들의 병 진행속도와 강도에 비해 현재 어머니의 모습은 정말 고마우리만치 좋아지신 것이라며 그는 활짝 웃었다.

그의 단칸방에는 알록달록한 장난감과 인형들이 많다. 그가 노모가 무료해 할까봐 여기저기에서 주워온 것이라고 한다. 특히 방안에 항상 굴러다니는 큰 주사위는 숫자 세는 재미에 푹 빠진 노모가 가장 아끼는 장난감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의 책상에는 치매 간병에 대한 책들과 간병일지, 인생노트, 어머니와 함께 찍은 수많은 사진들, 정서적 순화를 위한 인형과 그림책들이 있다. 이 모두가 어머니에 대한 정성과 사랑을 짐작케 한다.

발병 초기 자꾸 가출을 하는 어머니를 위해 조끼에 큼지막한 글씨로 연락처도 새기고, 잡고 일어나기 편한 나무의자도 주워 수리하고…. 그의 일상은 어머니로 꽉 차 있다.

그는 외환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청소년 문화가 PC방 중심으로 바뀌면서 그나마 살림의 근간이 돼왔던 만화방 문을 닫게 되었으며,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 무렵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진단후 처음 4년은 막연하게 간호를 했지만 그 후부터는 치매에 관한 책을 참고하면서 전문 간병인 되어야겠다는 의지로 적극적으로 간병에 매달렸다.

간병 9년 차인 지금은 치매 초기보다 노모의 상태가 놀랍도록 좋아져서 주변사람들이 치매라기보다는 노환으로 생각할 정도로 깔끔하면서 단정한 모습이다.

같은 처지에 있는 치매 간병인들에게 많은 희망을 주고 싶다는 그는 다른 욕심 없이 어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삶과 오늘도 아름답게 동행하고 있다.

한편 사회복지분야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아산상은 1989년 재단 설립자인 아산(峨山) 정주영 초대 이사장의 뜻에 따라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해왔거나 효행을 실천해온 개인이나 단체를 찾아 격려하게 위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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