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의 기세가 자못 매섭다. 그러나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는 그 매서운 추위도 무색하게 할 만한 함성과 함께 열혈 여성 8인방이 해병대 부사관으로서의 힘찬 출발을 신고한다.

14주간의 강도 높은 해병대 훈련을 모두 마친 부사관 296기의 임관식(12월 16일 금요일)에는 61명의 후보생 가운데 8명의 여 부사관 후보생들도 함께 하사 계급장을 달게 된다. 근래 전문직의 하나로 여성들 사이에 군이 주목 받고 있는 시대상을 반영하듯, 11대 1(8명 모집에 106명 지원)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대했던 당찬 여성들. 14주의 훈련 기간을 끝낸 이들은 여느 또래 여성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겸비한 진짜 해병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훈련기간 동안 이들이 여성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었다. 남자 후보생들과 똑같은 훈련을 동일한 조건에서 받아냈다. 성별에 따른 선천적인 체력의 격차는 이들에게는 부담이었지만, 이들 8명의 여장부들에게는 남다른 정신력이 있었다. 이들에게는 자랑스럽게 팔각모를 쓰겠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던 것이다.

‘해병대 부사관으로 지원한 이상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구은진(20세) 하사, ‘해병대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부대가 아니므로 스스로를 믿고 해병대의 일원이 되어 보고자 지원했다’는 주정선(24세) 하사, ‘강한 여자가 되고 도전할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렸고 해병대이기에 군인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전윤영(23세) 하사, 그리고 ‘빨간 명찰과 팔각모의 해병을 동경해 왔다’는 이정은(19세) 하사 등 이들의 각오는 이렇듯 한결 같았다.

이들의 경력도 이채롭다. 전윤영(23세 충주대 행정학과 졸업) 하사는 군 입대전 다양한 사회 경력을 쌓은 이른바 ‘다경험파’. 사진관과 웨딩숍에서의 근무 경력, 미용실 근무, 이벤트 회사에서의 조명과 기획 업무, 컨설팅 회사 근무 경력에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일한 경험도 있다. 게다가 해병대를 선택한 여장부답게 태권도와 합기도의 유단자이기도 하다.

박진엽(22세 제주 한라대학 생활체육과 졸업) 하사의 경력도 이에 못지않다. 우체국 근무 경력에, 입대 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너로 일하기도 했다. 중학교 때부터 테니스 선수 생활을 해, 체력면에서도 남자 동기들에 뒤지지 않았다. 테니스 지도자, 스포츠마사지, 체육/유아 레크리에이션, 스킨 스쿠버 등 관련 분야의 자격증도 여럿.

이들과 함께 송석순, 조용민 하사는 ‘명예 해병에서 진짜 해병’으로 당당히 신고를 하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 송석순(23세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졸업) 하사는 대학 시절 학교 해병 전우회에서 명예회원으로 활동한 것이 해병대에 입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해병대 부사관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03년 해병대에 여 부사관을 모집하게 된 원년부터 도전을 시작, 세 번의 도전 끝에 해병대 하사 계급장을 어깨에 단 감격을 누리게 된다. 물론 그녀에게도 수상 인명 구조 자격증에 태권도 3단 등, 강인한 체력은 ‘기본 충분 조건’이다. 또한 조용민(24세, 오산대학 기계설계학과 졸업) 하사 역시 대학 재학 시절 학교 내 해병대 전우회에서 명예 회원이자 홍일점인 ‘미스 해병’으로 활동하다, 해병대에 매력을 느껴 입대했다.

특히 조 하사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장래 희망으로 여군을 꿈꿔왔기에 의미가 또한 남다르다. 이밖에도 태권도, 유도, 합기도 유단자인 이정은(19세, 경주서라벌대학 경호스포츠학과 휴학) 하사를 비롯해 구은진(20세, 대구가톨릭대 자퇴) 하사, 주정선(24세, 선문대 졸업) 하사, 김한나(21세, 주성대학 경찰행정학과 졸업) 하사 역시 여성이라 하여 편견을 가지거나 얕보다간 ‘큰코 다칠’ 합기도 2~3단, 태권도 3단 이상의 유단자들이다.

또한 이들 ‘열혈 해병 여군 8인방’을 14주 동안 해병으로 거듭나게 하는 데 누구보다 노력한 이가 있다. 바로 해병대 최초의 여 훈련 교관인 이지애 하사(26세 해병 부사관 283기 2003년 임관). 이 하사는 지난 2004년 해병대 사상 처음으로 여 훈련 교관으로 임명되어, 현재까지 임무를 맡아 왔다. 이런 그녀에게 여군 부사관 후배를 직접 훈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 이런 이 하사는 8명의 후배 여군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교본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한편 해병대에서 여군 부사관이 배출된 것은 올해로 3번째이며 2003년 처음 모집을 시작한 이후, 첫 해 10명, 2004년에 9명, 그리고 올해 8명이 배출되어 이제 해병대에서는 모두 27명의 여 부사관이 각 부대 일선에서 활약하게 됐다.

포항CBS 김재원 기자 jw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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