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래 곶자왈. 한시도 눈을 뗄 수도 없을 만큼 신비한 광경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곶자왈 숲 속을 거닐 때면 평화로워 보이는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나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 냄새를 맡게 된다. 돌 위에 뿌리를 내린 나무. 곶자왈 용암석을 산벚나무와 올벚나무, 단풍나무의 뿌리가 감싸안고 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뜨거운 생존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투데이DB)
"육신의 일부분이 잘려나가도 우린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네. 이제 우리 세상을 향해 외친다네 우린 서로의 일부라고 우리와 사람들은 이제 하나라고" -박외순의 '곶자왈' 시 일부

한라산리조트 산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교래곶자왈이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잘려도 잘려도 꿋꿋하게 살아가던 교래곶자왈이 이제는 세상을 향해 '우린 서로의 일부'라고 호소하고 있다.

15일 오후 제주시청 어울림 마당에서 제주환경운동연합·제주참여환경연대·환경연구센터·곶자왈사람들이 교래곶자왈 보전을 위한 환경문화제를 마련했다. 이들은 환경문화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교래곶자왈의 소중함을 알리고, 보전하자는 여론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오전 11시 사진전을 시작으로 오후 5시 아이들과 함께하는 숲 판화찍기, 곶자왈 보전 염원글 쓰기, 영상 상영 등이 이어졌고, 오후 6시부터 환경문화제 본행사로 곶자왈 시와 편지 낭송, 자유발언, 퍼포먼스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본행사에서 편지를 낭송한 성민정양(봉개교 4)은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식물, 바위들이 뒤섞여 있는 것을 말하는 '곶'과 자갈들이 있는 것을 말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이라며 "이런 곶자왈은 우리가 먹는 지하수를 만들고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시켜줘 매우 소중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곶자왈은 흙이 아니라 낙엽이 떨어져 썩은 부엽토로 이뤄져 애기뿔소똥구리, 가시딸기 등 희귀동식물이 살고 있어 매우 소중하다"며 "하지만 최근 대규모 골프장과 숙박시설을 포함한 한라산리조트가 조성돼 곶자왈을 다 파헤친다고 한다. 왜 어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함부로 곶자왈을 파괴시키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백경호씨가 자유발언을 통해 교래곶자왈에 한라산리조트 대신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어 그는 "친구들과 곶자왈을 사랑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곶자왈 탐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곶자왈을 보호하자는 광고지를 만들어 많은 친구들에게 알리자"며 "곶자왈을 소중한 곳으로 우리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유발언에 나선 친환경농업인 백경호씨(45, 북제주군 조천읍 신촌리)는 "교래곶이 한라산리조트 개발로 사라진다면 가장 큰 문제로 지하수 문제가 들이닥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그 땅은 한라산리조트 개발이 아니라 북제주군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곶자왈을 지키는 것이 미래를 멀리 내다보는 현명한 판단"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를 지켜보던 김영호씨(27, 제주시 일도2동)는 "얼마 전 환경스폐셜에서 교래곶자왈에 대한 방송을 보고, 교래곶자왈이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알게됐다"며 "교래곶자왈은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줘야 할 자산으로 꼭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