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원회가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조작됐음을 확인한 순간.

황우석 교수의 측근들은 황교수가 교수직에서 자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금뒤, 황교수는 굳은 표정으로 수의대 문을 열고 나와 기자들 앞에 섰다.

쏟아지는 플래시 속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잠시 말없이 서 있던 황교수는 마침내 입을 열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교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하는 황 교수의 목소리는 불과 며칠전 기자회견에서와는 달리 힘이 없었고, 심지어 울음을 참으려는 듯 떨리기까지 했다.

한없이 믿고 따랐던 스승의 참회 현장을 지켜보는 제자들은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국가와 온 국민의 자랑이었던 황우석 교수는 불과 두달 사이에 국민과 세계를 속인 양심없는 학자의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 듯 했다.

그러나, 황교수는 수의대에서 발길을 돌리기 직전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가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접한 국민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한 시민은 ‘난치병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는데 허탈하다’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온 생명공학 기술이 모두 거짓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조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줄기세포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또, 줄기세포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나라에는 황우석 교수 외에도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학자가 많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이번 논문 조작 사실을 밝혀낸 주인공 또한 같은 분야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이었다.

이번 일로 인해 당분간 세계 과학계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과학계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윤리의식을 확고히 갖고 정직한 연구 성과로 새롭게 도전한다면 우리국민과 세계 과학계로부터의 신뢰는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의 기대로 영웅이 됐던 황우석 개인은 학자로서의 윤리를 지키지 못해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야 했지만, 그가 남긴 말과 같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논문 조작으로 인한 충격이 크겠지만, 좌절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아직 남아있다.


기자의창/CBS사회부 최경배 기자 ckbest@cbs.co.kr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