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즘의 창시자인 김흥수(87)화백이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작품을 기증한다.

북제주군은 3일 오후 3시 북제주군청 제1회의실에서 김흥수 화백과 부인 장수연씨(45), 현한수 권한대행, 박광진 화백, 김종근 숙명여대 교수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흥수 화백 작품 기증 및 관리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작품 기증식은 작가소개 및 경과보고, 작품기증서 전달, 관리협약서 체결, 김흥수 화백 인사말, 북제주군수 환영사, 박광진 화백 축사, 화환증정 및 기념촬영 순으로 진행됐다.

▲ 김흥수 화백과 부인 장수연씨.

김 화백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작품기증은 저지 예술인마을에 입주해 살고 있는 서양화가 박광진 화백의 간곡한 권유로 이뤄졌다”며 “제주도민과 많은 관광객들의 한국 현대미술 문화 의식 향상에 일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김 화백은 제주를 방문해 제주의 초가집 등을 스케치하고,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조성현황을 살펴본 후 지역문화예술발전 방안을 조언하는 등 제주지역 문화예술에 관심을 보여왔다.

그가 이번에 기증할 작품은 35년 전부터 지난해 여름 제주를 방문해 얻은 영감으로 창작한 ‘여인좌상’, ‘사랑을 온 세상에' , ‘백일’, ‘나를 찾아온 천사’, ‘제주도 해녀’ 등 20여점이다.

▲ 첫번째 기증작품인 '여인좌상'은 추상과 구상을 조화시키는 하모니즘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다.

북제주군은 이 작품을 저지문화예술인마을 내 저지현대미술관(가칭) 본관2층 전시실을 김흥수관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기증 작품은 교체방식 등으로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현한수 군수권한대행은 “김흥수 화백이 심혈을 기울여 창작한 귀중한 작품을 우리 군에 기증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기증받은 작품들을 현재 건축중인 예술인 마을 미술관 개관시 전시해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김흥수 화백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흥수 화백은 1977년 구상과 비구상,동양화와 서양화,음과 양을 한그림 속에 녹여 낸 이른바 조형주의(하모니즘)작품을 내놓아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구상 비구상을 한 화면에 담아내고,동양과 서양의 특성을 조화롭게 표현하겠다는 발상으로 1970년대 후반에 우리것을 소재로 많은 작업을 했다.

▲ 김흥수 화백.
김흥수 화백은 이날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동경미술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연히 물질하는 제주해녀모습을 보고 그림으로 그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며 “그때 해녀의 모습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 과거 열망이 제주를 기억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그가 그려왔던 작품 20점을 선뜻 제주에 기증하게 된 것은 그와 절친한 사이인 서양화가 박광진 화백의 간곡한 권유도 있었지만 제주해녀를 동경하고, 열망했던 그의 마음이 제주와의 인연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했다.

그는 이어 “그 당시 그 해녀는 나의 인생에 항상 남아 있는 존재로”라며 “그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나의 마음을 하나의 ‘사랑’이라고 해도 좋을 듯 하다”고 거듭 제주 해녀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가 기증할 작품에는 지난해 여름 제주를 방문하고 얻은 영감으로 창작하고 있는 ‘제주도 해녀’도 포함됐다. 그 작품은 그동안 제주해녀를 그리고 싶었던 그의 열망과 제주에 대한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김 화백은 또 “만약 미술관이 더 크고, 나의 모든 작품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라면 작품 모두를 기증하고 싶다”며 “돈이 많은 사람이 내 작품을 사게 되면 그 사람만 볼 수 있지만, 미술관에 전시된다면 누구나 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내 작품이 앞으로 제주의 자랑거리가 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이라며 “이번 작품 기증은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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