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사 이틀째 장애인 휴게실은 아직까지 텅 비었다. 누구를 위한 장애인 휴게실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정월대보름축제가 지난 9일부터 새별오름 일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10년이라는 연륜에 걸맞게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는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10일 축제장을 찾은 지체장애인 김 모씨(38, 제주시 일도1동)는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행사장에 장애인 휴게실이 마련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상 찾아가보니 휴게실은 텅 비었고, 덩그러니 맨땅만 보였기 때문이다.

김 모씨는 “어제부터 축제가 시작됐을 텐데 아직까지 장애인휴게실에 텅 빈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장애인휴게실이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이 민망할 따름”이라며 “제주도의 대표축제가 소외계층을 위한 배려가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 오전 12시경 장애인 휴게실은 텅 비었다. 장애인 휴게실 옆에 위치한 ‘부리부리 캐릭터 관광상품 홍보.판매 코너’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장애인들이 휴게실을 찾았다 돌아가기 일쑤였다.

▲ 장애인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뒤늦게 구색을 찾은 장애인 휴게실. 하지만 달랑 의자 6개에 불과하다.
이처럼 장애인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북제주군은 오후 2시경 장애인휴게실에 의자를 가져왔다. 하지만 가방이나 소지품을 올려놓을 탁자 등도 없이 달랑 의자 6개를 두고 장애인 휴게실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또한 부실한 장애인 휴게실 못지않게 화장실도 역시 문제였다. 축제장에는 집단설치 4개소와 주차장 등 개별설치 2개소, 주행사장 특설무대 부근 차량용 이동식 화장실 2대가 설치됐지만 거리가 멀뿐더러 장애인 화장실 찾아보기 힘들었다.

행사장을 찾았던 이미경씨(27, 제주시 외도동)는 “화장실을 가려면 5~10분 정도 걸어서 나가야하고, 행사장을 찾는 사람 수에 비해 화장실 수도 부족했다”며 “일반인들도 화장실 찾는 것이 힘든데 장애인들은 많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북제주군 관계자는 “날씨관계로 대부분 부스들이 오늘에야 마련됐다. 장애인 휴게실이 오전에 텅 비어있다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라며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면 시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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