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눈처럼 변산바람꽃이 피었네요! 꽃잎과 꽃받침을 찾아보세요.
한 줄기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변산바람꽃이 피었네!” “노루귀도 피었네!” 바람이 술렁거리며 스쳐갑니다.

며칠 기운도 없고 나른한 나날을 보내던 찰나에 바람이 귀띔해주는 꽃소식에 기운이 불끈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고마운 꽃소식입니다.

꽃은 나에게 커다란 힘을 실어주는 그 알 수 없는 원천의 힘이 있습니다. 꽃과의 만남이 순간은 그 모든 근심을 모두 빼앗아가기도 합니다.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한 줄기 소문을 타고 뉘엿뉘엿 기울어가는 해넘이를 바라보면서 헉헉거리며 숲을 향해 달려갔습니다.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차디찬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무렵, 달려가는 걸 보면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겠지요. 그러나 아쉽게도 변산바람꽃도 귀여운 노루귀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외로운 숲의 언어만이 가득 메우고 있을 뿐 아름다운 꽃천사들은 만나지 못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에는 아쉬움만 가득 남겨 놓았습니다.

▲ 마른 낙엽 사이로 꼼지락거리며 일어서네요.
눈을 감으면 눈처럼 하얗게 핀 변산바람꽃 앞에 앉아서 즐거워하는 내가 보입니다.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꿈결 속으로 이어지면서 눈처럼 고운 변산바람꽃과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보고 싶어 안달이 났습니다. 시간이 되면 서서히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줄 터인데, 바람의 한 줄기 소리는 애타게 그리워하는 이내 마음에 불을 지피고 말았습니다.

청명한 하늘이 열렸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어둡고 쓸쓸한 땅속까지 스며들면서 어둠의 끝자락으로 봄의 생명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푸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면서 피어나는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갔습니다.

한 줄기 바람이 열어 놓은 숲길로 산새들이 날아와 봄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햇살 가득 부서져 내리는 숲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햇살이 마른 낙엽 위로 또르르 구르며 대지의 살갗을 간질이네요.

버석거리는 낙엽을 뚫고 봄의 생명이 꿈틀거리며 일어섭니다.
꼼지락거리며 일어서는 봄의 생명이 소리가 들려오는 숲, 하얀 눈처럼 피어나는 변산바람꽃이 꽃마을을 이루고 있습니다.

황홀하리 만치 아름다운 변산바람꽃을 드디어 만났습니다. 조심조심 발을 디뎌야 합니다. 자칫하면 어여쁜 얼굴을 마구 짓밟을 수 있으니까요.

변산바람꽃은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되어 부르게 되었습니다.변산바람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을 알 수 있지요. 꽃잎처럼 보이는 하얀 잎은 꽃받침이라 하네요. 다섯 장의 꽃받침을 가지고 있지요.

▲ 따사로운 햇살을 향해 활짝 피었네요.
그러고 보면 산딸나무꽃처럼 꽃보다 꽃받침이 훨씬 아름답네요. 그러면 꽃잎은 어디에 숨어있을까요? 꽃처럼 보이는 하얀 꽃받침 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그 안에는 수술이 하늘처럼 고운 꽃밥을 머리에 이고 모여 있네요.

수술주변으로 자그마한 꽃잎이 보입니다.언뜻 보아서는 마치 수술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잎임을 알 수 있습니다. 꽃잎은 연둣빛이며 고깔모양이네요.

바람꽃은 하얀 눈처럼 잠시 피었다가 스쳐가는 바람처럼 사라지고 말지요. 그래서 바람꽃이라고 했나 봅니다. 한 줄기 바람처럼 피었다가 그리움만 가득 남겨 놓고 떠나버리는 변산바람꽃, 그 짧은 순간이지만 꽃과의 만남은 황홀합니다. 꽃은 그리움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움의 결정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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