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7일 일본 천황의 차남 아키시노미야(秋篠官) 부인 키코(紀子)씨가 임신했다는 발표는 일본열도를 발칵 뒤집혀놓았다.기다리고 기다리던 천황직계의 손자였다. 41년간 천황 계승자가 태어나지 않아서 황실전범(皇室典範)을 지금 열린국회에서 고치려고 할 때였다.

물론 지금은 태어날 그 손자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황 계승자는 남성에 국한되어서 천황의 아들 나루히토(德仁)황태자와 동생 아키시노미야씨에게는 딸밖에 없다. 다른 황족에게도 전부 딸뿐이다.

즉 아키시노미야씨가 지금 41세인데 그후에는 천황을 계승할 남자가 태어나지 않았다. 현재 천황 계승자 순위는 1위 황태자 2위 아키시노미야 3위는 70대 황족으로 거슬러올라 가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4위는 실현 불가능하다.

그래서 작년부터 코이즈미 수상이 추진해왔던 황실전범개정위원회에서 제안한 안건을 중심으로 이번 국회에서 통과 시키려고 했었다. 이제까지 남자만이 천황을 계승한다는 것을 고쳐서 남자가 없으면 천황의 큰딸이 즉위하고,그 딸이 천황 계승후에는 남녀 구분없이 처음난 아이를 천황 계승자로 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천황 계승 제도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였다. 여제(女帝)여계(女系)의 인정이었다.지금까지 천황 중에는 8명의 여성 천황이 있었지만 모두 남성 천황계승을 위한 과도적인 제도였다. 이 안이 통과될 경우 현재 천황 계승 제2위인 황태자 동생은 그 계승권을 상실하고 황태자의 딸 아이코(愛子)공주가 천황이 된다. 그녀는 올해 유치원에 들어갈 네살이다.

이 안에 대해서 일본 국민 대대수가 지지를 했었으며,압도적으로 의원 수가 많은 여당의 찬성으로 이번 국회에서 쉽게 통과될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여야당 관계없이 보수적인 국회의원들과 지식인들이 졸속한 내용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면서 반대 조직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에 대해 코이즈미 수상은 현재의 황태자 딸이 천황이 돼서 그녀가 낳은 첫 아이가 아들이라도 반대한다는 내용과 다름없다고 반론을 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아직 네살밖에 안된 아이코 공주의 귀여움을 이용한 수상 특유의 포플라즘적인 선전이었다.

또 찬성파들은 지금 이 시대에 남계(男系)혈통을 찾기 위해 평민<종전 후 천황과 가까원 직계 가족 이외는 황적을 이탈 시켰음.구황족임)이 되버린 사람을 양자로 삼고 천황 계승을 하면 국민 감정도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반대 논리를 폈다.

그러나 황족과 구황족 사이에서도 개정안에 반대하는 설득력있는 논리가 전개돼서 <황실전범>은 어느 사이엔가 정쟁(政爭)으로 비약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럴때 키코 씨의 임신이 공표된 것이다. 만약 키코 씨가 낳을 아이가 남자라면 현행 천황 승계 순위 제3위가 된다.

 정쟁으로 비화(飛火)되던 황실전범 개정안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지만 황실 내에는 커다란 문제로 부각됐다. 같은 형제 사이에 천황 계승권이 엄청나게 달라지게 때문이다.

우울증에 가까운 병으로 인해 공식적인 공무를 제대로 못하는 황태자비 마사코(雅子)씨는 연령 관계도 있어서 두번째 아이를 낳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황태자 동생 아키시노미야 부인이 임신을 했다.

아들이면 천황 계승권 3위는 틀림없고 또 계승하게 될것이다. 천황 계승권 개정안,황실전범에 대해서 천황 일가의 의견은 일절 공표 되고 있지 않다. 아니 그들은 의견 제안을 해서는 안된다고 정치 불개입의 원칙론에 구속되서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남의 나라의 황실 스캔들에는 와이드쇼에서도 희극적으로 보도하던 일본 메스컴들도 자국의 황실 보도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왔다.그러나 일부 고급주간지에는 황실 내 천황 계승권을 놓고 벌어지는 암투가 특집으로 보도되고 있다. 일본 마지막 보루로서 터부우시되던 황실 보도가 판도라의 상자처럼 조금씩 열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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