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부인'의 김부선(42)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감독 유하·제작 싸이더스)를 통해 재기의 힘찬 날갯짓을 펴고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1970년대 후반 당시 한창 개발이 진행중인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이소룡에 빠져 사는 한 고교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부선은 이 영화에서 학교 앞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여자 역을 맡았다.

 그녀는 관능적인 모습으로 고교생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연기를 했다. 김부선은 모슬포가 고향이다. 본명은 김근희(金根熙). 대정여중과 대정여고를 나와 1981년부터 모델활동을 시작했고, 1983년 영화 '여자가 밤을 두려워하랴'로 데뷔했다.

영화 ‘애마부인 3’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가 대마초 사건으로 사람들에게서 잊혀졌던 배우 김부선. 이후‘염해리’라는 또 다른 예명으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스포트라이트는 그녀의 몫이 아니었다.

기생팔자?= 수많은 성애영화에서 섹스심벌로 군림했던 김부선의 떨쳐버릴 수 없는 운명은 기생(妓生)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그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고향인 모슬포에 있는 어느 절에 간 적이 있다. 그녀를 본 노스님은 “기생 팔자야”라면서 즉석에서 개명(改名)을 제의했다.
스님이 지어준 이름이 연꽃 ‘부(芙)’에 베풀 ‘선(宣)’이었다.‘진흙 속에서 핀 연꽃이 되어 힘든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어야 기생의 업(業)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서울 한남동에서 '니키타' 카페를 한다. 술장사도 따지고 보면 기생의 범주 안에 있는 것이고, 여전히 그 팔자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애마부인 에피소드= 그녀를 스타덤에 올린 애마부인은 그러나, 알려진 것처럼 애마부인의 한자어는 말(馬)을 사랑한 애마부인(愛馬夫人)이 아니라 애마부인(愛麻夫人)이었다고 한다. 공연윤리위원회가 야하다는 이유로 '愛馬'를 못쓰게 하자 엉뚱한 '麻'를 붙인 것이었다. 馬를 못쓰게 한 측이나 그렇다고 麻를 갖다 붙인 측이나 그게 그 것이다.

대마초·미혼모 상처= 80년대를 구가했던 김부선은 그러나 90년대 들어와서 대마초 흡연 혐의 등으로 연예계를 떠나기도 했다.
89년 7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8개월 동안의 수감생활. 정말 견디기 힘든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이 시기에 시국사건으로 들어온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 정치적·사회적 각성에 이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지금까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에 대해 어렴풋하게 나마 인식하게 됐다.
그녀는 이 것이 인연이 돼 가부장적 가정폭력과 봉건적 질서에 처절하게 짓밟혔다가 스스로 자립하는 여성을 그린 16㎜ ‘운동권 영화’인 ‘굴레를 벗고서’에 한푼도 받지 않고 출연한다. 
옥살이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영화사로부터의 연락은 고사하고 그동안 ‘언니, 동생’ 하며 지냈던 동료 연기자들조차 그녀의 전화를 피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영화계를 떠난 것은 아니었다. 영화 ‘비트’ ‘H’와 연극 ‘라이방’에 출연했다. 그러나 워낙 단역이어서 관객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늘 연기 활동만은 접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도, 그녀에게 덧씌워진 섹시 이미지와 대마초 사건으로 출연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연기다운 연기를 하고 싶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속의 주인공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녀는 어린 딸과 함께 ‘해피 엔드’를 준비중이다.
그녀는 요즘 연기다운 연기를 위해 전문서적도 읽고, 가능한 한 영화를 많이 보면서 자신이 접하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 등 연기력 축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또 그녀는 기회가 닿는다면 철거민이나 늙은 작부 등 밑바닥 삶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여전히 영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연기 활동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은 결국 김부선을 스크린으로 돌아오게 했고, 현재 제2의 연기 인생을 살고 있다.

출연작

1  H 2002년 한국
   별칭 : <에이치>
2  3인조(3인조: Trio) 1997년 한국
   별칭 : <삼인조>
3  리허설 1995년 한국
4  너에게 나를 보낸다 1994년 한국
5  게임의 법칙 1994년 한국
6  데카당스 37도 2분 1992년 한국
7  비너스의 여름시(비너스의 여름詩) 1991년 한국
   별칭 : <비너스 여름시>
8  러브 러브(한희작의 러브러브) 1991년 한국 (옴니버스)
9  화대 1990년 한국
10  유혹의 강(誘惑의 江) 1990년 한국
11  지금은 양지 1988년 한국
12  여자는 바람 여자는 바람(女子는 바람 女子는 바람) 1987년 한국
13  토요일은 밤이 없다 1986년 한국
14  여자는 남자를 쏘았다 1983년 한국
15  여자가 밤을 두려워 하랴 1983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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