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부패도 위험수위
 돈 선거는 비리의 싹
 선거브로커 철저히 단속하자"

4·15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가장 큰 정치행사이며 지난 국정과 정치에 관해 총체적인 성적표이자, 그 이후를 가늠해 볼 설계도다.

특히 4·15 총선은 역대 총선과 비교해 여러모로 주목할 만하다. 일단 이번 총선은 3김(金) 정치가 사실상 막을 내린 후 치러지는 첫 선거다.

이미 상향식 공천제는 대세로 굳어지는 분위기이고 30∼40대 정치신인의 출마 러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과거 유신이나 군사독재시절 이뤄졌던 '위로부터의 물갈이'가 아닌 '민주적 물갈이'가 선거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기불황과 함께 선거를 앞두고 다시 새로운 직업군이 뜨고 있다. '유권자'라는 직업이다. 벌써부터 돈 선거 얘기가 나온다. 북제주군 선거구에 뛰어 든 정치신인 A씨는 "움직이면 다 돈이다.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현역들은 조직활동, 후원회 모금은 물론 의정 보고, 당원연수 등을 통해 아무런 제한없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정치신인들은 얼굴 알리기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겼던 상향식공천이 오히려  신종 금권선거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돈 선거는 우리 선거문화의 고질적인  병폐다. 정치인에게 손을 벌리는  유권자들의 풀뿌리 부패는 정치부패와 돈 선거의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돈 선거가 결국 정치권에 새로운 부패와  비리의 싹을 틔우게 하고, 그로 인해 두고두고 우리 사회에 악취를 풍기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 지역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현역 B의원은 끝도 없는 경조사비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그렇다고 법 규정대로 1만5000원만 넣었다간 큰 코 다친다. 뒷말이 꼭 나온다. 눈앞에 둔 총선 때문에 동네 체육대회나 친목·관변 단체 등에 각종 행사에 찬조금을 빠뜨릴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한 표가 아쉬운 마당에 1000표, 2000표를 장담하는 이같은  유혹을 딱 자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차 한잔, 밥 한술을 같이 해도 계산은 정치인이 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 유권자 선거문화는 아직도 20세기

선거특수를 노리는  꾼들은 정치지망생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북제주군 선거구에 뜻을 둔 C씨는 최근 엉뚱한 경험을 했다. 아니, 황당했다.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이 찾아와 돈을 요구 하길래 거절했더니 지역을 돌아다니며 흑색선전을 하는 게 아닌가.

뿐만 아니다. 여기저기서 잔치니 상(喪)이니, 모임이 있다고 전화가 걸려온다. 생면부지(生面不知)의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유권자가 아닌가.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서귀포·남제주군 선거구의 D씨는  "정치개혁은 '썩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썩은 유권자'를 도려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나 직업적인 '유권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을 피했다. 오히려 다른 후보와 결탁해 피해를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새 정치를 갈망하며 현장을 누비고 다니지만, 무척 힘이 든다. 차라리 현장에서  정치신인들이 돈 안들이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선거운동 기간을 1년 정도로 늘려 오랜  기간동안 유권자를 만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 '매표행위 뿌리뽑자'

바야흐로 구호와 선동의 계절이 다가온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 후보의 정강정책을 뜯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또 이럴 때일수록 정치와  정치인의 의미를 곰곰히 새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또 돈을 적게들이고도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펼 수 있고, 그런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는 선거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돈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돈 선거의 기미가 보이는 후보는 여든 야든 가차없이 고발해야 한다.

유권자가 돈의 유혹을 뿌리치는 파수꾼이 되지 않고서는 우리 대의정치의 미래는 여전히 암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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