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이해찬 대선 예비후보.ⓒ제주투데이 DB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이해찬 두 경선 후보의 충돌이 심상치 않다. 양측 사이에 오가는 말이 신경전 수준을 넘어 한 지붕 아래 있기 어려울 정도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참여정부의 통일부 장관을 지냈고 이해찬 후보는 실세 총리를 지냈다. 두 사람은 대학교를 함께 다니고 이 후보가 정 후보를 정치권에 영입하는 등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각별한 관계였다.

신당내에서 정동영 후보는 비노세력, 이해찬 후보는 친노세력을 대변하고 있지만 양측 모두 이른바 민주개혁진영을 대표하고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의 관계 악화는 참여정부의 불행이자 민주개혁진영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경선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해도 손학규 후보의 독주속에 두 후보가 이를 막기 위해 어떻게든 연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체적이었다. 당시로서는 두 후보도 상대의 지원속에 내심 자신이 손학규의 대항마가 되는 그림을 그렸었다.

이렇듯 우호적이었던 두 사람, 두 캠프의 분위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경선 선거인단 대리접수 허용 문제를 놓고서다.

정동영 후보측은 막강한 조직력을 동원해 선거인단을 모집했고 이해찬 후보측은 종이당원 문제로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사례를 들며 후폭풍을 경고하는 등 정 후보측에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냈었다.

하지만 이 때는 두 사람 모두 주 타격 대상이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던 손학규 후보였다. 손 후보가 두 사람의 정면 충돌을 방지하는 완충장치 역할을 해 갈등이 표면화 되지는 않았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15,16일 치러진 초반 4연전에서 정동영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대세론을 장악하고, 충북 일부 지역에서 정 후보가 80% 이상의 몰표를 얻자 이 후보의 공격 방향이 정 후보로 이동하면서 전면전을 앞둔 국지전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후보측이 '정동영-김한길 당권 밀약설'을 제기하면서 정 후보 공격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정 후보측은 '이-손 연대설'로 맞불을 놓으면서 정-이 대립구도가 완전한 틀을 갖추게 되었다.

이어 지난달 29, 30일 광주·전남, 부산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가 승리했지만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에 정동영 후보 지지자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양측의 공방은 확전일로를 걸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급기야는 정동영 후보 캠프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대해 정동영 후보측이 '친노세력의 정동영 죽이기'로 규정하고 나섰고 이해찬 후보측은 '전형적인 구태정치'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하는 상황에 와 있다.

정동영.이해찬 두 후보의 대립은 경선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이해찬 후보측은 명의도용 사건에서 보듯이 경선 선거인단 모집과정에서 부정.불법선거가 자행되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은 물론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철저히 파헤쳐야 경선에 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경선 불참이나 경선 불복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지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신당 경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정동영 후보측은 이 후보측이 친노 후보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경선 패색이 짙어지자 경선에 불복할 명분을 만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선 불복과 탈당, 신당창당의 구상이라는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 후보측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부정.불법선거 공세에 대해서도 일부 열성 지지자들의 과잉경쟁 탓으로 돌리면서 이 같은 문제는 손학규.이해찬 후보 캠프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자신들이 제시한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의 전면전 결과는 무엇일까?

일단 정.이 양 후보가 경선 불참 카드를 최대한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선판을 깬 데 대한 비난과 책임을 두 후보는 물론 손학규 후보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선에서 패한 후보가 승자를 도울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물음표를 찍을 수 밖에 없는데 여기부터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등장한다. 총선을 염두에 둔 탈당과 신당 창당, 문국현 후보 지지 등등...

하지만 이런 예측과 달리 어렵사리 만든 신당을 깰 경우 그 후폭풍이 엄청나기 때문에 당 내에서 정.손.이 세 후보 진영이 삼각축을 형성한 뒤 갈등을 계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위기는 세 명의 신당 경선 후보, 특히 정동영.이해찬 후보의 위기일 뿐 아니라 신당, 더 나아가 반한나라당 진영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있다는 것이다.<CBS노컷뉴스/제주투데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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