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적이고 아군이냐" 몸 낮춘 선거캠프
"좋은날 다 갔어요"…음식점·인쇄업 '한숨'

총선 특수가 실종됐다. 불법선거 신고보상금이 최고 5000만원인데다 경찰관들은 1계급 특진의 당근을 쫓아 선거전담반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까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해방 후 50여년동안 금품으로 얼룩졌던 선거 분위기가 4·15총선을 계기로 180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수를 기대했던 고급 음식점과 여행사, 인쇄업, 이벤트업체 등은 완전히 변한 총선 세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풍경 하나
지난 9일 밤 8시 제주시 이도2동 H호프. 대학생 3명이 '선파라치(선거 파파라치)' 에 대해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선파라치'로 나서기로 의견의 일치는 봤으나, 방법을 놓고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디지털카메라는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 후보자측에 자원봉사자로 위장 침투하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4·16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하게 치러질 것으로 보여진다. 최고 5000만원의 불법선거 신고보상금을 노리는 시민들이 선거 파파라치로 대거 뛰어들어 구석구석에 거미줄 같은 감시망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선파라치 급증으로 총선 후보들은 극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 밖에 없다. 제주시에서 출마하는 모후보측 관계자는 "도무지 누가 아군이고 적군인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풍경 둘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평소의 2배가 넘는 매출을 올렸던 지구당 사무실 주변 음식점들도 특수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제주시 이도2동 B갈비. 평일에도 저녁 7시대면 꼭 차는 갈비집에 고작 2팀이 식사를 하고 있다. "요즘 장사가 잘 되느냐"는 말에 "보면 모르냐. 선거를 하긴 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불황인데 선거 특수마저 없어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 했다.

선거 특수의 수혜자였던 요식업계 또한 `세월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것. 옛날에는 첫 눈에 '누구 운동원들'이라고 알 수 있는 사람들과 시민들이 식당에 북적거렸는데 요즘은 정당모임 커녕 일반 동창회도 거의 끊긴 상황이다.

▲풍경 셋
4.15 총선을 앞두고 인쇄소는 '선거특수'를 포기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에 자리를 빼앗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선거사범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시민단체들의 감시가 늘어나면서 정치권에서도 예전처럼 무리한 홍보전을 꺼리고 있어 인쇄업계에 부는 찬바람은 더욱 냉랭하다.

제주시 일도2동 D업체 대표는 "총선은 출마자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처럼 파이가 한정돼 있다. 그러나 예년 총선 때도 1건 이상 맡았는데 올해는 단 한건도 없다"고 말했다.

여행사도 사정은 마찬가지. J여행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선거를 앞두고 다른 지방에서 제주로 오는 단체 관광객이 꽤 있었는데 요즘은 단속강화 때문인지 예약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는 고사하고 영업에 재를 뿌리는 총선이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