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을 보고 새삼스럽게 다시 진부한 욘사마 타령이냐고 꼬집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진부함 속에 일본에서는 새로운 화제성과 함께 욘사마 붐을 재생산하고 있다.

지난 12월3일 아사히 텔레비전의 전국판 저녁 6시 정규뉴스 방송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배우 배용준씨가 제주도에서 '태왕사신기' 촬영 중 몇차례 부상을 입었었는데, 촬영을 다 마치고 병원에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태왕사신기의 장면을 계속 비쳐 주었다.

연예인들의 화제를 중심으로 내보내는 와이드 쇼의 뉴스 방송이 아니었다. 국가와 일반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도하는 교과서적인 뉴스의 간판 방송이었다. 일본에서의 배용준의 인기와 위상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상징적인 뉴스였다.

또 이날부터 NHK 텔레비전은 BS하이비존에서 밤 10시부터 한시간동안 '태왕사신기'를 처음 방영하는 날이었다.
NHK는 그 동안 정보 방송에서 '태왕사신기'를 계속 선전해왔다. 주1회 24주간 방영한다. 지상파 일반 TV가 아니기 때문에 수신할 수 없는 시청자들도 많지만 아사히 TV는 타국의 방송안내를 거들어 준 셈이다.

이날의 배용준 기사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3일자 요미우리 신문 사회면 5단의 전면 광고에 '태왕사신기'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었다.
4일부터 '태왕사신기'를 24주간에 걸쳐서 24화를 극장 개봉한다는 내용이었다.
TV에서 연속 드라마를 방영하는데 각 1회분씩을 일반 극장에서 상영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12월4일자 마이니치 신문 조간의 '오늘의 즐거움'이라는 기자석에 당신문 사진부 기자 오오니시씨는 다음과 같이 썼다.
배용준 주연의 '태왕사신기'가 NHK TV에서 3일 방영되었습니다. 그 방송이 전국 10개의 영화관에서 상영됩니다. BS하이비존 방송을 볼 수 없는 사람이나 다시 한번 큰 화면에서 보고 싶다는 팬들을 위해서 24주간에 걸쳐서 24화 전부 상영할 예정입니다.
TV에 방영된 것이 다음날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며, 24회 티켓판매도 순조롭다고 합니다.
(배용준의) 인기는 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리집의 욘사마 팬도 이 겨울 뜨겁게 타오를 것입니다.

오오니시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생각한다.
배용준에 대해서 필자는 3년전에 '제주투데이' 이 난에 <후유노 소나타>라고 해서 쓴 적이 있다.

그가 공식적인 일정으로 일본에 왔을 때 나리다 공항에 5000명의 팬이 몰렸다.
지금까지 세계적인 대스타가 와도 최고 3000명 전후이다.
5000명의 이 숫자는 앞으로 깨트릴 수 없는 신화로서 전설로 남을 것이다.
10대나 20대의 팬들이 아니고 중년 여성층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들이야말로 일본인들이 갖는 한국의 이미지를 안방에서부터 뒤바꿔놓은 주역들이었다.

필자는 이것을 '안방문화의 혁명'이라고 부른다.
일본어로 '구와즈기라이'라는 말이 있다. "먹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싫다"는 뜻이다.
일본의 중년 여성들은 한국에 대해 거의 이러한 선입감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 대해서 관심도 없고 무조건 싫다"는 것이다.

이것을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가 일본인 안방의 TV에서 무너트렸다.
한국의 숱한 정치가와 외교관들이 일본을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일본의 안방 문화를 바꾸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일본에서의 한국문화 대혁명이었다.

이번에 또 '태왕사신기'가 TV는 물론 그 드라마를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다.
TV 드라마가 아니고 극장 드라마가 돼버렸다.
일본 사상 초유의 일이다.

욘사마의 또 하나의 전설을 낳았다. <제주투데이>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