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아오는 첫날은 설렘으로 가득 찹니다.  2008년의 계획도 세워보고 올해는 작년보다 나은 해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해돋이를 맞이하려 떠날 채비를 서둘렀습니다.

그러나 지상으로 내려앉은  하얀 눈이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아쉽게도 새해 해돋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솜털 같은 눈송이를 맞으며 새벽길을 걸었습니다.

하얀 세상으로 열어 놓은 새벽길은  깨끗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순백의 길을 걸으며 한해의 소망을 담아보았습니다.

저의 첫 번째의 소망은 가족의 건강한 삶입니다.  건강은 삶의 기본이면서도 소홀하기 십상입니다.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지 않는 삶은 결코 행복한 삶을 추구 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의 소망은 행복한 삶입니다.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첫 해돋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이른 새벽녘에  아무도 걷지 않는 하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  또한 행복한 일입니다.  가족과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의 소망은 그동안에 그리지 못했던 아름다운 풍광을  올해는 꼭 그려보는 일입니다. 제주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새해 첫날처럼 신선하게 그려보는 일입니다.

솜털 같은 눈송이가 하늘하늘 하얀 깃털을 펄럭이며 춤결을 이루는 새벽은  상큼하니 신선합니다.  하얀 눈보라가 몰아치지만 온통 하얗게 변해 버린 설국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싶지 않은 새벽입니다.

어슴푸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어디선가 새벽을 깨우는 새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푸른 동백나뭇잎 사이로 유독 붉게 타오르고 있는 붉디붉은 입술을 훔치고 있는 동박새의 날갯짓이 아름다운 새벽입니다.

동백나무는 차나무과 속하는 상록성으로 늘 푸른 싱그러움을 간직한 나무입니다.  한자로는 동백(冬柏) 또는 산다화(山茶花)라 부릅니다. 

차디찬 겨울에 타는 듯한 붉은빛으로 겨울을 노래하다 따사로운 봄날, 다른 꽃들이 피기 시작하면 붉디 붉은 꽃이 지기 시작합니다.  

동백꽃의 아름다움은  싱그러운 초록 잎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꽃잎 속에  노란 꽃술의 조화를 이루면서 붉게 타오르는 데 있습니다.  또한, 아름답게 피었다가 시든 채로 지는 장미꽃과는 달리 한겨울에 붉게 타오르던 동백꽃은 따사로운 봄이 되면 툭 하니 송이째 떨어집니다.   정열적으로 피었다가 정열적으로 꽃이 지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꽃나무입니다.

동백꽃의 꽃말은 신중, 침착, 겸손한 마음입니다.  정열적으로 피었다가 정열적으로 지는  동백꽃처럼  아름다운 인생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2008년에는 그 어느 해보다 신중하게 겸손한 마음으로 열어가야겠습니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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