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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의 과거 업무 행태에 대한 대통령의 질책이 거침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17일 구미시 전자정보기술원에서 가진 지식경제부(구 산자부)업무보고에서 정부의 유가급등 대책에 대해 "솔직히 고민한 흔적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불과 몇 년 사이에 유가가 2배 폭등했다"고 나무랐다.

이어, "미리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대책을 세우고 필요한 자원을 확보했어야 하는데, 과거 부처 이름만 산업자원부였지 대책은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것 같다, 이는 국가경제에 큰 죄를 지은 것이고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고 산자부 관료들을 호되게 꾸짖었다.

또, "자원확보가 중요하다고 말은 하면서,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무슨 미래 예측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자원확보를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자원확보의 대책은 '자원 확보'와 '에너지 절약'의 양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석유개발공사 대형화 검토'와 '에너지 절약의 제도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11일 외교부 업무보고에서는 "지난 시절 외교부의 행태에 불만이 있다, 외교부가 21세기 세계추세에 맞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관료들을 질책했다.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오랜 동맹인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에서 외교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외교부내 이견 때문이라고 한-미, 한-일 동맹의 이완에 대한 책임을 외교부로 돌렸다.

이 대통령은 특히, 당시 한미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외교부 내의 친미 반미논란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통령 취임 후 첫 업무보고였던 기획재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공직자는 서번트(Servant), 쉽게 말하면 머슴"이라며 "하지만 말은 머슴이라고 하면서 국민에게 머슴 역할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재경부 공무원들의 폐부를 찔렀다.

"국민은 힘들어도 여러분에게는 봉급이 나가고 1조원이 들어갈 사업에 2조원, 3조원이 들어가도 책임질 사람이 없고 불안해할 사람도 없다"며 "이런 정신으로 세계가 경쟁하는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해 일순간 업무보고장의 분위기가 싸늘해지기도 했다.

또 경제가 위기여도 공무원은 신분이 보장돼 있어 항상 같은 자세라고 비판한 뒤 "이제는 부도나면 어쩌나, 종업원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하나 하는 심정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철밥통' '머슴론'으로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무사안일주의를 지적한 대통령은 최근 들어서는 미국발 세계경제의 악재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경제위기론'으로 진화하며 안정 보수지향적인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있다.

세세한 수치까지 업무를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대통령이 사실관계를 토대로 공직사회를 쉼없이 몰아치자 각 부처는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 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 대통령의 '눈높이'에 부응하느라 퇴근도 잊은 채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론과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것도 어려운 것이지만 변화에 둔감한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긴장을 불어 넣기 위한 일종의 군기잡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창조적 실용주의란 국정철학을 인식시키는 과정인 동시에 단기간 내에 공직사회를 다잡아 보다 효율적인 국정운영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 이미 공직사회에 기업식 문화를 불어 공무원을 움직이게 함으로써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개편이란 업적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이 대통령은 바야흐로 공직사회를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 넣으며 5년 국정의 초석을 깔고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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