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 모습만으로도 4.3의 상징이었다.
진 할머니는 4·3사건이 일어난 다음해인 1949년 1월 북제주군 한경면 판포리에서 경찰이 쏜 총에 턱을 잃어버렸다.
그후 턱을 감추기 위해 한평생 하얀 무명천을 두르고 다니며 살았다.
음식을 먹을 때 꼭 혼자 먹었다. 물 한 잔도 다른 사람이 있으면 먹지 않았다. 턱이 없어서 흘리고 먹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
말도 제대로 못했다. 할머니의 말은 아무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이 스물 두 살 때 총을 맞았던 그 장소에서 괴상한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글썽이며 터져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몸짓으로 할머니가 하고 싶은 말을 짐작할 뿐이다.
그는 지난 2004년 9월 이 세상을 등졌다.할머니가 생전에 혼자 살았던 북제주군 한림읍 월령리 368번지의 단칸방은 돌보는 이가 없어 덩쿨이 우거진 채 폐가가 됐었다. 넝쿨은 지붕 위까지 뻗었고, 마당은 손질할 이가 없어 잡초가 무성히 자랐다.
그러던 그의 생전의 삶터가 새롭게 단장돼 우리들을 초대한다.
진아영 할머니 삶터 보존위원회는 오는 25일 낮 12시,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 위치한 고 진아영 할머니 삶터에서 개소식을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개소식엔 표지석 제막행사와 함께 김경훈 시인의 시낭송, 행사참가자들이 참여하는 평화의 꽃 심기 행사가 진행될 계획이다.
삶터 보존위원회는 지난 달 15일부터 40여일간 진아영 할머니 삶터 보존을 위해 방수공사, 돌담정비, 마당공사 등 보수작업을 진행해 왔다.
새롭게 단장된 진 할머니의 삶터는 기존 삶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자는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재도구들과 각종 물품 등을 그대로 복구했다.
또 진 할머니를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영상자료도 배치해 생전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했다.강호진 삶터 보존위원회 조직담당은 "4.3이라는 광풍속에서 살아왔던 진아영 할머니를 다시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마을과 지속적인 협의속에서 공간 보존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했다. <제주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