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화산(용암)동굴의 상당수가 도로 개설 등으로 붕괴와 침식될 가능성이 높아 체계적인 보호대책을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손인석 (사)제주도동굴연구소장은 29일 제5호 논문집 '제주도 도로밑을 지나는 화산동굴 유로방향 연구'(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중심으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제주도 도로밑을 지나는 화산동굴 유로방향 연구'에 따르면 제주도에는 150개 이상의 화산동굴이 분포하고 있으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제주시 동부지역)를 이루는 김녕사굴과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모두 7개 동굴은 국도 2개, 농로 및 소로 29개소 등 31개 지점이 도로와 교차했다.

빌레못동굴과 성굴 등 제주시 서부지역 9개 동굴은 국도 2개소, 기타도로 47개소 등 49개의 도로 교차지점이 확인됐다.

또 서귀포시 서부지역의 마장굴, 수산굴 등 8개 동굴은 국도 1개소, 지방도로 2개소, 기타 도로 20개소 등 23개 지점에서 도로와 교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 박사는 "제주도 지하에 분포하는 화산동굴은 현재 파괴단계 또는 붕괴단계에 놓여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안전성 문제를 검토해 동굴의 도로와의 교차지점에서 예상치 못한 동굴 함몰로 인한 재해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결과 미천굴·수산굴·뱅뒤굴 등 대부분의 제주 화산동굴이 미세하지만 붕괴 또는 파괴가 진행되고 있었고, 성굴과 구린굴 등은 천장 붕괴가 가속화되며 하천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동굴상부의 지반두께에 대한 정확한 지구물리탐사와 절리 발달상태, 암석의 공학적 특성, 진동에 따른 균열상태 조사를 토대로 한 ‘제주도 화산동굴 지반정보시스템(CGIS)’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 박사는 특히 “세계자연유산지구 내 용천동굴(총길이 2500m)은 도로 11개소와 교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붕괴 등의 파괴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주변지역에 대한 지반정보시스템부터 우선 구축할 것을 제언했다.

이어 "도로 밑을 지나는 동굴지역이나 교차지점 도로상에 안전표시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지구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환경변화를 감시하는 ‘모니터링 기기’를 설치, 온도와 습도 등 변화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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