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스폭발로 유리창이 산산조각난 주변 차량.
"쾅! 우르르..."

평온한 주말 오후. 지축을 뒤흔든 단 한번의 폭발음에 주민들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2년전 악몽'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TV를 보고 있는데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고, 유리창 파편이 날아들었어요. 순간적으로 가스 폭발을 직감하고 집 밖으로 뛰쳐나왔죠"

'밖'으로 '대피'한 주민 양모씨의 눈에 펼쳐진 광경은 전쟁터였다.

건물이란 건물은 죄다 파손되고, 차량 유리창은 산산조각 났다. 도로에는 폭발의 충격으로 튕겨져나온 집기며, 가재도구, 유리파편 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편의점 출입문은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성한 곳이 없었다. 사고 건물 2층은 형체도 모를 만큼 파괴됐다. 충격이 얼마나 셌던지 옆 건물 천정은 맥없이 내려 앉았다. 사고 지점 반경 수십m가 온통 폐허로 변했다.

옆 건물에 있다 부상한 김철수씨(42)는 " '펑'하는 순간, 주변이 쑥대밭이 됐다"고 전했다.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도 들렸다.

"언뜻 봤는데, 등에 불이 붙은 사람이 움직이더라구요"

참상을 목격한 강 모씨는 그 사람이 크게 다치지 않았나 걱정했다.

제주시 노형동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가스가 폭발한 것은 3일 오후 4시30분쯤. 폭발과 함께 치솟은 불길은 건물 전체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2층에서 불이 나더니 5분도 안돼 불이 치솟았어요"(또다른 양모씨)

이날 사고로 중상 2명을 포함 모두 20여명이 부상했다. 주변의 피해가 컸지만, 그나마 사고 건물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게 다행이었다.

폭발음을 들은 주민들이 지하실도 아닌, 집밖으로 몰려나온 것은 최근 잇따른 참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 터.

2006년 9월 다세대주택 가스폭발로 20여명의 부상자와 3억여원의 재산피해를 낸 곳(노형동)은 이날 사고 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다.

10여명이 숨지거나 다친 제주시 아라동 연립주택 가스폭발은 불과 5개월전의 일이다. 두 사고 모두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의 피해가 훨씬 컸다. 연이은 사고가 주민들에게 일종의 '학습효과'를 가져다 준 셈이다. 

 " '펑'하는 순간 '또 터졌구나'라는 생각이 뇌리에 스치더라구요. 지금도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건물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화를 모면한 주민 김모씨(39)는 사고 순간을 회상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날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몇 시간전 가스시설 교체가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주의'가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앞선 두 건의 사고는 단순 '부주의' 와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다.    

툭하면 터지는 가스폭발이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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