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촛불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고교생. <노컷뉴스>
17일 부산 서면에서 있었던 10대 청소년들의 '5.17청소년 직접행동' 집회에서는 새로운 토론과 시위의 주체자로서 청소년들의 성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기자가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10대 소녀는 뚜렷한 정치적인 자각과 의식을 하고 있었다.

어른들만의 집회 공간이었던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앞길이 10대 청소년들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17일 오후 3시 서면 집회 현장에서 만난 김해 모 여고(2학년.18)의 한 학생은 "한 사람의 정치적 주체로서 의사표현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1시간 반이나 걸려 이곳 서면까지 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어른들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공부나 하지 너희가 뭘 알아서 이렇게(집회) 하느냐 하시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도 한 사람의 정치적 주체이고 의사를 표현할 권리도 있도 표현할 능력도 있다. 우리 학교 선생님도 저기에 계시거든요. 적극적으로 우리를 억압만하고 교육만 시키지 마시고 이렇게 정치적 사회적 참여를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해서 여기(서면)까지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요. 김해사람들은 아무래도 시민 수가 적어서 얼마전까지 하던 집회가 금방 끝나버리는 바람에 제대로 우리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여학생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문제에 대해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하는 정책은 잘못됐다며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쇠고기 문제가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먼저 제 생각에는 처음부터 지방 아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많았습니다. 학생들은 실제로 이명박 (대통령의)정책에 많이 반대를 합니다. 고교서열화니 학교자율화니, 0교시 문제 등에서 이명박에 대해 돌아섰고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방아이들은 고교서열화에 반대했고 쇠고기 문제 때문에 고교서열화에 대해 많이 보도되지 않았는데 실제로 쇠고기 문제로 그나마 우리의 의사를 밝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학교는 한우를 (급식에) 사용한다고 많이 광고를 하는데요.. 그건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쇠고기업자가 속일 수도 있는 것이고, 싸니까 사람들이 (미국산을) 많이 살 것 같은데요. 그래서 실제로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입에 많이 들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염도 된다고 보도된 바 있고요. 그래서 저희는 먼저 피해를 입는게 군대와 학교급식이잖아요. 학교급식에 나오면 학교에서 밥을 안먹을 수 없는거고, 학교에서 단속하기 때문에 사먹지도 못하고 석식은 사먹더라도 중식은 무조건 먹게 되는거죠. 그래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하는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또 괴담에 현혹돼 집회하는 청소년은 없다며 언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언론에서 배후세력이 있니 좌파가 선동했니 연예인들이 선동했니 하시는데요...실제로 우리의 배후세력이 얼마나 잘생겼으면 우리가 따라 할 거예요? 실제로 우리는 좌파가 전혀 없고요. 우리도 같은 정치적 주체로서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판단하고 이렇게 나온 것 이구요. 언론에서 불법이다 해서 선생님이 말리고 불법이라서 잡혀가지 않을까, 진술서를 써야 하지 않을까, 징계를 먹지 않을까하는 불안 때문에 친구들이 집회참여를 꺼린다. 아이들이 많이 정치적으로 생각을 깊이하고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습득해서 스스로 판단 하에 이 자리에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여학생은 사회.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집회현장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사회문제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는 편이 아니고요. 이게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되고 이 현상자체가 공부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나는 역사의 한 장면에 서있는 거잖아요 역사의 한장면에 서있는게 어른들이 우려하는 것 처럼 공부에 방해가 되고 공부를 해치는 일이 아니죠. 공부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는데 참여도 하지 않았고 이명박 정권에 빚진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성난 목소리는 새로운 집회주체의 등장을 알렸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됐을 때 집에서 많이 울었거든요. 설마 저 사기꾼이 뽑일 건가 싶었는데 막상 국민들이 어른들이 많이 뽑아 주셨잖아요. 그래서 많이 실망했었어요. 근데 이렇게 두달 동안 대통령이 한 일에 대해 국민들이 깨어서 시위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