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등대 / 문태길

그 누가
버렸는가
복숭아 씨알 하나

바위 틈에
싹이 돋아
별과 함께 살아간다.

친정집
그리울 때면
눈동자만 굴린다.

배 한척만
떠 있어도
섬은 외롭지 않다.

둥그런
수평선 끝
돛폭마저 잠기고 나면

뭍으로
뭍으로 향해
또 한 겹 갈기를 세운다.

안다, 그는 누군가에
기대고픈
사람들을.

막내둥이 등대지기
마라도 등대지기를.

북극성
차디찬 마음도
밤새 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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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제주 봄 관광이 절정을 맞고 있다고 한다. 이와 때를 맞추어 마라도에도 많은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일찍이 하멜 일행이 표류로 도착했다는 마라도. 면적은 그리 넓지 않지만, 대한민국 국토의 최남단 마라도. 그 마라도에 등대 불빛이 존재하고 있다. 도대불에서 시작한 제주 등대. 그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으나, 마라도의 등대는 단순히 배의 항해를 도와주기 위한 등대가 아닌 우리의 가슴속에 따뜻한 희망의 불빛으로 존재하고 있다.

누가 섬은 외롭다고 했는가. 가만히 가만히 다가오는 파도가 있고, 뻔쩍거리는 등대가 있고, 그리움이 묻어나는데 말이다. 복숭아씨 같은 마라도, 싹이 돋는 등대, 버려진 복숭아 씨알이 생명력을 얻고 있다. 희망을 간직하고 있다.

시인은 서사적 구조 속에 따뜻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마치 포근한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듯이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 주고 있다. 그래서 마라도 등대의 불빛은 희망의 찬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 그리운 날, 등대의 불빛을 바라보자.  <제주투데이>

* 이글은 제주도정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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