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대한 미 의회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미국 대선주자들에게 협조요청 편지를 보내겠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워싱턴특파원단 간담회에서 밝힌 언급이다.

당시 李 대통령은 '이번 미국 방문기간동안 한미 FTA에 부정적인 민주당의 오바마,힐러리 후보를 만나지 못했지만 귀국하면 매케인을 포함해 대선주자들에게 FTA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청와대는 李 대통령의 자필 서명이 담긴 친서를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오바마, 힐러리, 매케인등 대선주자 측에 전달했다.

李 대통령은 친서에서 양국 동맹 복원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한미 FTA의 비준동의에 협력해 줄 것을 당부했고 또한 미국 방문기간에 만나지 못한 데 아쉬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23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오바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오바마는 이날 부시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한미 FTA는 매우 문제가 많은(badly flawed) 협정'이라고 비판하면서 비준 동의안을 아예 의회에 제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지난 2월 상원 외교위원회 서면발언에서도 한미FTA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던 오바마는 이날 훨씬 구체적이고 강경한 어조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서한에서 '현재 많은 의원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고 있으며 합의문 내용이 미국 공산품과 농산물의 효과적이고 구속력 있는 (한국)시장의 접근을 보장하는 데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바마는 '자동차 관련 조항이 매우 불공정하게 한국측에 유리하도록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오바마는 물론 힐러리와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등 의회 다수당인 미국 민주당 지도부가 한국은 물론 콜롬비아,파나마와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FTA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한미 FTA의 연내비준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올 연말 대선에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는 오바마의 발언을 놓고 그 배경과 진의파악에 나서는등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통합민주당등 야당도 17회 국회 임기내 비준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28일(한국시간)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한미 FTA 관계장관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편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오바마의 발언과 관련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FTA로 일자리를 잃은 미국내 노동자들과 또 아직 민주당의 경선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슈퍼대의원들의 표심을 겨냥한 선거용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외교소식통은 또 FTA에 대해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는 공화당의 매케인과의 양자 대결구도가 형성될 경우 FTA 관련 오바마의 입장이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오바마는 지난 3월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오하이오주 경선을 앞두고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무효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선거용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덕적으로 비판을 받았었다.

당시 오바마 선거캠프의 한 인사가 NAFTA 관련발언에 앞서 캐나다 정부관계자를 만나 '선거용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FTA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는 오바마 개인차원을 넘어선 의회와 부시 행정부의 갈등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한미 FTA의 연내비준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바마 발언의 충격파로 쇠고기 파동에 이어 한미 FTA문제가 또다시 국내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달 미국 방문의 성과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이 들리고 있다.

李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공교롭게도 방미 시점이 겹쳤던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오바마.힐러리.매키인등 대선주자 3명과 연쇄회동을 가진 반면 李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해를 보내는 부시와의 만남에 너무 치중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귀국 이후 전달하는 친서보다는 얼굴을 마주하는 만남의 효과가 당연히 크기 때문이다. <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