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이 14일 오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노컷뉴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이 발생한지 나흘이 지났지만 북한과의 접촉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진상규명이 장기화 국면을 맡고 있다.

사건의 핵심을 풀 수 있는 합동 진상조사 계획 역시 북한 측의 거부로, 유명무실해질 우려를 낳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사건 자체가 미스테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14일 오전 브리핑에서 "진상이 밝혀져야 의도적인 사건인지 우발적인 사건인지 규명될 것"이라며 진상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대북전통문 내용에 대해 공개했고, 북측에서도 입장을 발표했기 때문에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접촉을 시도 한다든가 전통문을 보내는 시도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일단 북측의 입장이 밝혀졌기 때문에 당분간 계획은 없다"면서도 "진상조사는 계속 진행을 하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계속 접촉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과 언제쯤 다시 접촉을 시도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당분간 안 한다는 것이 아니고 오늘은 없다는 것"이라며 갈팡질팡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진상조사단이 구성돼 의혹이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말 뿐 속수무책이다.

김 대변인은 "본 사람은 초병 하나뿐이고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 정확한 진상을 알 수가 없다"며 "진상이 밝혀져야 이번 사건이 예를 들어 북측에서 말하는 의도적인 사건인지 아니면 우발적인 사건인지 규명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북한과의 접촉 방안과 대책도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북한 측과 접촉이 되지 않을 경우의 대책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 대변인은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하고 있다"며 "사망자에 대한 진상규명 노력과 금강산 관광 일시 중단, 중단 상태를 계속 지속시키는 것, 그리고 개성이나 평양 관광의 안전교육 강화와 조사단 구성 등 이 모든 것이 대책"이라며 구구절절 대책 아닌 대책(?)들을 늘어놓았다.

이어지는 질문에 궁지에 몰린 김 대변인은 "진상조사를 계속 요구할 것이고 그래도 북한이 계속 안 나온다면 거기에 따른 추가대책을 계속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대책은 그 때 그 상황이 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결국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북한 측이 응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 측과 적절한 시점에 다시 접촉을 시도하겠다며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이 이날 오후 돌아오는 대로 사태를 파악하고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과의 공식 창구는 물론 비공식 대화 창구도 꽉 막혀버린 현 상태로서는 "죽은 자는 말이 없는"상황이 장기화 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남북이 얼어붙은 가운데 북한은 대미관계 개선에 계속 주력하며 강경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우리 정부 역시 단호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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