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노컷뉴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면죄부 논란'을 빚고 있는 삼성 특검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해, 재판부와 특별검사 사이의 장외 책임공방이 연일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조준웅 특별검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에버랜드 사건에 무죄를 선고해 놓고선 황당한 논리로 특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재판부가) 법을 모르는 소리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검이 기소를 잘못했다"는 삼성 재판부의 전날 언론 인터뷰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

삼성 특검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민병훈 재판장은 "면죄부 판결"논란이 일자, 1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면죄부를 준 것은 우리가 아니라 국세청과 검찰과 특검"이라며 "(특검이) 잘못 기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헐값 발행된 에버랜드 전환사채(CB)의 인수 권리를 가지고서도 인수를 포기한 중앙일보 등 삼성 계열사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기소하고 이건희 회장 등은 공동정범으로 기소했어야 했는데, 특검은 반대로 이건희 회장을 에버랜드 CB 헐값발행 사건의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재판부의 지적에 대해, 조준웅 특검은 "수사 단계에서 그런 방안을 이미 검토해봤다"며 "그럴 경우 혐의 입증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조 특검은 "'싼값에 나온 물건을 안 샀다(삼성 계열사 경영진의 배임)'고 기소했을 경우 당연히 '돈이 없어서 안 샀다'고 답할 것 아니겠느냐"며 "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을 싸게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에버랜드 경영진과 삼성그룹 비서실의 배임)가 더 확실한데다 입증하기도 용이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과 에버랜드가 계열사들에게 통지조차 하지 않고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물건을 사라는 통보도 받지 못한 계열사들을 무슨 수로 처벌하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조준웅 특검팀의 이같은 항변에 대해 '뒷북 변론'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 특검은 "그런 내용을 왜 재판 과정에서 변론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 변호인단이 하도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해서 무시한 것"이라고 답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재판과정에서 재판부가 '공판중심주의'를 수 차례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변론으로 승부하지 않고 '무시' 전략을 펼친 것은 결국 부실 변론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특검과 재판부의 책임 공방에 대해, "면죄부 판결을 한 재판부는 특검에 책임을 떠넘기고, 부실수사의 원죄가 있는 특검은 재판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양측 모두 자기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특히 "국민들이 삼성 재판에 납득하지 못하자 이같은 볼썽사나운 논쟁이 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1심 판결이 잘못됐더라도 특검은 판결문을 철저히 분석한 뒤, 2심 변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면죄부 판결' 논란을 둘러싼 1심 재판부와 특검의 공방이, 향후 삼성 사건의 항소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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