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추진중단 방침이 발표된 28일.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분위기는 온종일 무겁게 가라앉았다. 영리병원 홍보에 엄청난 공을 들인 것과 달리,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김태환 지사를 비롯 고위 공무원들이 느낀 충격의 정도는 실로 컸던 것 같다.  '일사분란'하게 비쳐졌던 외형과 달리, 공직 내부에서조차 찬반이 갈렸기 때문이다. 
  
이 점을 입증하는 내용이 김 지사의 입에서 나왔다.

김 지사는 이날 공무원 7000여명 앞으로 보낸 서한을 통해 행동통일을 기하지 못한 공무원조직에 대한 착잡한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도정의 중심은 7000여 공무원 여러분"이라고 운을 뗀 김 지사는 "(특별자치도)3단계 제도개선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많은 다른 의견들이 표출됐고, 우리 공직내부에서도 영리법인 병원 허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주신 분들도 있다"고 '다른 의견'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김 지사는 "그러나 저는 찬성하고 반대하는 모든 의견들이 도민과 제주도정을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을 하며, 이 모든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앞으로도 제주도정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어떠한 의견도 헛되이 듣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는 많은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에게 기회가 항상 열려있지 않다는 긴장감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의 입장이 엇갈린 것은 강택상 제주시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강 시장은 이날 오전 6급이상 긴급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마음이 다 똑같을 수 없다.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최소한 역점추진 사항에 대해서는 (행동이)같아야 하지 않느냐"고 섭섭한 심정을 피력했다.

 '지시'가 떨어지면 따르는걸 당연시했던 공무원들이 그것도 도정이 사활을 걸다시피 한 핵심 사안 앞에서 의견이 갈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일부 고위공무원은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지만, 정작 김 지사와 강 시장은 이같은 공직사회의 미묘한 변화를 '현실'로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러면서 공직사회를 추스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지사는 "그동안 사생활을 거의 버리면서 밤낮없이 현안 업무에 매진하는 여러분께 저는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고있다"며 "무더운 여름철 반드시 휴가를 통해 재충전이 된 새로운 마음으로 특별자치도 출범 3주년을 새롭고 힘차게 시작하자"고 호소했다.

강 시장도 "7월 한달 수고가 많았다. 다 접고 이번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자"고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했다.

과거에도 공직 내부의 이의 제기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주로 공무원노조의 몫이었다. 이번처럼 굵직한 사안을 두고 반대 의견이 분출(?)된 경우는 일찌기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대하는 공무원 수장들의 태도 역시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주시청 한 공무원은 "요즘 공직사회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고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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