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제1회 합동위령제'에서 김태환 지사와 김용하 도의장, 강창일 국회의원(왼쪽부터)이 헌화하고 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군.경에 의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 제1회 합동위령제가 7일 집단 학살터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섯알오름 현지에서 엄숙하게 봉행됐다.

음력 칠월칠석인 이날 매년 봉행돼온 위령제에 '합동'이란 단어가 붙은 것은 그동안 백조일손유족회(회장 오명수)와 만벵디유족회(회장 오용승)가 별도로 치러오던 위령제를 올해부터 합동으로 봉행키로 한데 따른 것이다.

▲ 김태환 지사가 추도사를 읽고있다.
지난해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1950년 8월 예비검속 당시 '섯알오름 사건'을 '한국전쟁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게 계기가 됐다.

위령제는 추모비 제막식으로 시작됐다. 오랜 세월 사건이 금기시됐던 탓에 위령비를 세우는데도 58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 위령제에 앞서 추모비가 제막됐다.
오명수 유족회장은 주제사를 통해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 위령비 하나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그저 잡초가 우거진 음산한 곳으로 방치해왔다"고 원혼들을 달랜 뒤 "완전한 명예회복은 법률적, 제도적 후속 조치들이 이뤄져야 가능하다"고 정부의 관심을 호소했다.

김태환 지사는 추도사에서 "폭력의 역사로 얼룩진 상처를 서로가 위로하고 치유해 제주를 평화와 인권이 살아 숨쉬는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고 말했다.

과거사정리위 안병욱 위원장은 "진실규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진실규명과 화해라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합동위령제에는 과거사위 김동춘 상임위원, 4.3사건 처리지원단 이우철 단장, 국방부 김형기 기획조정관, 국회 강창일.김재윤 의원, 김용하 의장을 비롯한 제주도의회의원,  두 유족회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섯알오름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과 동시에 예비검속령이 발동되자 경찰이 '요시찰' 및 '불순분자'로 분류한 민간인 200여명을 해병대 사령부 모슬포 부대 대원들이 섯알오름 탄약고에 끌고가 집단으로 총살한 뒤 암매장한 사건이다.

6년후인 1956년 5월18일 유족들이 132구의 시신을 수습했으나 신원식별이 안돼, '백조일손'(百祖一孫.조상이 다른 일백서른둘 할아버지의 자식들이 한날 한시 한곳에서 죽어 뼈가 엉키어 하나가 되었으니 한 자손)이란 이름이 붙기도 했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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