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최강칠우'의 주인공 문정혁(사진 왼쪽)과 구혜선.<노컷뉴스>
19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 2TV 월화드라마 ‘최강칠우’(극본 백운천·연출 박만영)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큰 작품이다.

낮에는 하급관리인 의금부 나장이지만 밤이면 자객으로 변신하는 칠우의 이중생활을 그린 이 작품은 ‘홍길동’, ‘일지매’를 능가하는 새로운 토종 영웅의 탄생을 기대케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시도되는 ‘크리에이터’라는 미국 드라마 시스템을 도입, 척박한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관심을 모았다.

일본 드라마 ‘필살’을 원작으로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의 ‘강변칠우’ 사건 등 고증을 충실히 따랐다는 점에서 또다른 ‘퓨전’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같은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최강칠우’는 14.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의 저조한 시청률로 조용히 퇴장했다. ‘최강칠우’ 제작사 올리브나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종회가 자체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홍보했으나 이 저조한 시청률마저도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계 방송의 여파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던 SBS ‘식객’이 결방됐기에 세울 수 있었던 기록이었다.

‘최강칠우’의 저조한 시청률은 연기자들의 부족한 연기력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데서 기인했다.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으로 ‘최강칠우’를 택한 문정혁(에릭)은 극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휘말렸을 때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그렇게 적이 많은가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연기력 논란은 ‘최강칠우’가 종영할 때까지 계속됐지만 그는 경북 문경 촬영 현장에서 진행된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에 대한 별다른 심각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우 스스로 연기력에 대한 고민을 통해 자성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연기력 비판은 저절로 수그러든다. SBS 드라마 ‘온에어’의 송윤아는 극 초반 오버연기 논란에 휘말렸지만 그는 치열한 연기 성찰로 ‘오버연기’마저 캐릭터의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모델 출신 연기자 김민희 역시 KBS 드라마 ‘굿바이 솔로’ 촬영 당시 직접 노희경 작가를 찾아가는 열정을 보이며 끊임없이 채찍질을 한 덕분에 ‘연기력 논란을 떨친 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신화 출신인 문정혁은 故 이은주와 함께 출연했던 ‘불새’, 한가인과 연기 호흡을 맞춘 ‘신입사원’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사고로 촬영이 중단된 ‘늑대’ 외 ‘무적의 낙하산 요원’, 신예 정유미와 함께 출연했던 ‘케세라세라’ 등은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이는 문정혁이 원톱으로서 드라마를 이끌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그는 상대 배우에 의존도가 크다는 것을 방증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강칠우’의 상대여배우인 구혜선은 주연급인 자신의 비중을 조연으로 비춰지게 할 만큼 작품 속에서 역할이 미미했다.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없는 작품”이라는 농담이 떠돌 정도다. 이는 ‘열아홉 순정’, ‘왕과 나’ 등 고작 2편의 작품에 출연했던 신예 구혜선에 대한 기대치가 예상 외로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왕과나’에서 지적받았던 서클렌즈를 두 번째 사극인 ‘최강칠우’에서 여전히 끼고 나올 만큼 연기력보다 외모에 비중을 둔 신인 배우에게 흡인력 있는 연기를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따랐을 지도 모른다.

문정혁과 구혜선은 이 작품에서 각각 회당 3000만원, 10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았다. 높은 출연료는 그만큼 배우에게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요한다는 뜻이다. 군복무를 마친 문정혁과 아직 가능성 많은 배우인 구혜선이 이름값에 걸맞는 연기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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