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황석영  / 문학동네 , 288쪽 / 10,000원)

신경숙 작가의 추천글.

책 맨 앞에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는 헌사가 붙어있는 황석영의 성장자전소설이다.

지나간 시대나 현 시대나 그 시대를 대표했던 작가의 변화무쌍했던 인생 이력 중에서 십대시절이 60년대 우리 사회 상황을 뒷배경으로 소설 안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다.

모범생이었지만 어느 날 모든 규범을 뚫고 나와 버린 젊은 영혼 유준과 그의 친구들이 벌이는 방황과 방랑은 불온하다. 무엇이 그토록 애써서 들어간 학교, 적응만 한다면 탄탄대로가 예상되는 길을 버리고 스스로들 뚫고 나와 버리게 했을까. 다르게 살고 싶어서이다.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고 스스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이다. 어떻게 다르게 살고 싶은지는 미궁인 채 일단 뛰쳐나온 이들이 보여주는 행보는 긴장과 위험의 연속이다.

처음엔 이들이 어쩌려고 이러나 걱정이 되서 그들의 행보를 뒤쫓게 된다. 그들은 동굴에 처박히고 계획 없는 여행에 나서고 노동판을 전전하며 종내는 자살하려고까지 든다. 이들은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기 때문에 부딪치고 깨진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태에서 끊임없이 충돌하고 좌절한다.

그러나 점점 그들의 행보에서 눈길을 뗄 수 없게 되는 건 그 충돌 때문만이 아니다. 참 장하게도 그들 젊은 영혼들은 참담한 상황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발견해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발짝씩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는 황석영이 탄생시킨 젊은 영혼들과 조우하는 일은 이미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에겐 자신들의 젊은 날의 초상을, 지금 그 시절을 통과하고 있는 이들에겐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반딧불이의 역할을 해준다.

이 소설을 단순한 성장소설로만 보는 일은 한쪽 눈을 가리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 황석영의 젊은 날이 거의 사실로 작품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황석영이 어떻게 탄생되었는가를 추적해 들어가 볼 수 있는 예술가 소설이기도 하다.

오늘날까지도 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옮겨 다니고 새로운 글쓰기의 형식을 찾아 방랑하며, 자신과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것을 멈추지 않는 황석영의 근원이 어디인지를 소설 속의 유준을 통해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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