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관리하고 있던 대기업 회장의 백억대 개인자금을 사채업 등에 투자한 뒤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폭력배를 동원해 살해하려한 대기업 전 간부 등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살인 교사 혐의로 A사 전 간부 이모(40) 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 씨의 지시로 채무자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정모 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 씨로부터 사채업 투자 등의 명목으로 18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박모(38)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 유명 MBA 출신인 이 씨는 지난 2006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수 차례에 걸쳐 180억 원을 사채업과 사설 경마 등에서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박 씨에게 건넸지만 이 가운데 80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 씨가 기업 자금을 관리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폭력배 박 씨가 자금을 가로챌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이 씨에게 접근했던 것.

이에 격분한 이 씨는 지난해 5월과 6월, 평소 박 씨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폭력배 정 씨와 윤모 씨 등에게 박 씨를 살해해 줄 것을 청구했다. 박 씨를 제거하면 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에 정 씨는 지난해 5월 강남구 논현동에서 오토바이 퍽치기를 위장해 박 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고, 윤 씨는 지난해 7월 박 씨를 납치해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 감금했다 풀어주는 등 살인 미수에 그쳤다.

그러나 폭력배 정 씨 등은 살인교사를 약점으로 대기업 전 간부 이 씨를 협박해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11억8천만 원 상당을 가로챘다.

앞서 경찰은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한 차례 연장이 기각됐으며 다시 수사 자료를 보강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 씨의 회사 측은 범행에 사용한 회장의 백억대 자금은 회장이 개인적으로 상속받은 것으로 회사 공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A 사 관계자는 "이 씨가 돈을 불리기 위해 무리를 한 것 같다"며 "경찰 수사에 들어가자 지난달 자진 사퇴했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