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의 달러 부족 우려가 가시지 않으면서 환율이 1200원선을 다시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이 됐다. 특히 환율의 고공행진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물가 상승과 내수 위축 등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은 바로 원 달러 환율이다. 주가의 발목을 잡고,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게 바로 환율이다.

29일 환율의 종가는 1188원 80전. 엿새 동안 49원, 두 달 사이 무려 180원 정도 올랐다. 장중 한 때 1200원선에 올랐으나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그나마 상승세가 제한됐다. 30일에는 결국 1200원을 돌파해 10시 현재 1220원선까지 상승했다.

미국의 구제 금융안 합의라는 호재도 소용이 없었다. 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구제 금융안이라는 호재가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며 “시장에서는 구제 금융안의 효력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구심은 현실이 됐고,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마련된 미국 정부의 7천억달러 구제금융안이 29일(현지시간) 하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 주요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문제는 환율 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환율의 지나친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환율 하락 요인에 비해 환율 상승 요인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 경상 수지가 적자인데다, 미국 발 신용경색 속에 달러 차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백억 달러 이상을 풀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외화자금 시장의 달러 유동성은 다시 악화 추세에 있다.

외환보유고를 무한정 쓸 수 없는 만큼 뾰족한 정책수단도 별로 없다. 이에 따라 환율이 1200원 이상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환율 상승 요인이 넘쳐나 앞으로 1200원선을 다시 돌파하고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 더 큰 우려는 환율이 금융 불안을 넘어 실물 경제의 위축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환율 급등은 수입 물가의 상승을 야기하고, 더 나아가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 내수 위축, 경기 둔화를 차례로 불러온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율이 3%대로 추락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바로 금융 불안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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