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노컷뉴스>
요미우리 이승엽(32)이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에 불참할 뜻을 시사했다. 코칭스태프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대표팀에 또다른 악재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닛폰'은 10일 "이승엽이 전날 세이부와 일본시리즈에서 패한 뒤 '요미우리 스프링캠프를 끝까지 소화한 뒤 내년 시즌을 맞고 싶다'면서 대표팀 사퇴 의사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당초 이승엽은 지난 8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뒤 WBC까지는 대표팀에 남을 뜻을 밝혔다. 비록 경문 감독 등 대표팀 관계자들이 농담처럼 "WBC까지는 뛰어야지"라는 말에 "알겠습니다"라고 응수한 것이었지만 WBC 참가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요미우리가 일본시리즈 정상 등극에 실패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이승엽은 시리즈에서 타율 1할1푼1리(18타수 2안타) 12삼진의 최악 부진으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무한신뢰를 보냈던 하라 다쓰노리 감독도 "더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해야 했다"며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승엽을 패인으로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승엽이 WBC에 참가한다면 요미우리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올림픽 출전 당시는 이승엽이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머물 때였다. 이승엽이나 거인 모두 팀 전력에 큰 누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러나 2년 연속 센트럴리그 우승을 하고도 일본시리즈 정복에 실패한 요미우리는 총력을 다해 내년 우승에 도전해야 한다. 이승엽 역시 부진했던 올시즌을 넘어 내년 명예회복을 위해서 충실한 동계훈련이 필수적이다.

이승엽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일단 접은 것도 대표팀 사퇴의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6시즌 뒤 요미우리와 4년 계약을 맺은 이승엽은 그러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빅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그러나 올해도 거인의 우승은 무위로 돌아갔고 이승엽은 "남은 2년 동안 후회하지 않게 끝까지 (거인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다.

본인의 맹활약으로 거인의 우승을 이끌었다면 이승엽은 빅리그 도전 명분을 갖는다. 그럴 경우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전하는 WBC는 이승엽이 자신의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하지만 부진 속에 요미우리의 우승 실패 등 최악 상황에서 이승엽은 빅리그 도전 명분이 사라졌다. 오는 11일 귀국 예정인 이승엽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같은 뜻을 전할 전망이다. 

표류하고 있는 WBC 대표팀으로선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이승엽은 지난 2006년 초대 WBC에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일본과 미국, 멕시코 등 강호들과 경기에서 홈런포를 뿜어냈고 홈런(5개), 타점(10개)왕에 오른 바 있다. 또 올림픽 일본과 준결승, 쿠바와 결승전에서도 홈런포로 존재감을 확인시킨 바 있다.

현역 감독들의 고사로 코칭스태프 인선부터 표류하고 있는 WBC 대표팀. 이승엽 악재까지 겹친 불안요소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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