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제오류' 논란을 낳은 수능 사회탐구 9번 문제. <노컷뉴스>
"탄핵소추제도는 대통령제에서만 가능한가, 아니면 의원 내각제에서도 할 수 있을까?"

권력구조와 그 특징을 묻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영역 9번 문제가 복수정답 논란에 휩싸이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수능 사탐 9번 문제는 대통령제(A)와 의원 내각제(B)를 예시하며 정부 형태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선택하라는 내용.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지문은 '(2) A(대통령제)의 의회는 각료임명에 동의할 수 있다. (3) B(의원내각제)의 의회는 행정부 수반을 탄핵할 수 있다.'는 두가지이다.

문제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답은 (2)번이라고 발표했지만 수험생들은 물론 교육계와 전문가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D학원 출제관리실 정치담당 관계자는 "의원내각제의 정부형태를 띤 영국의 경우 실제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가 하원에서 착수된 적이 있었다"면서 "출제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C학원 평가연구소 관계자는 "문맥상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일반적인 내각제에서 탄핵소추제는 드물지만 (3)번 'B의 의회는 행정수 수반을 탄핵할 수 있다'는 보기는 '할 수 있다'가 '가능성'도 포함한다는 의미에서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학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경북대 신평 법대교수(한국헌법학회장)는 "상식적인 선에서 탄핵소추 제도는 대통령제와 연결되어 있고 의원내각제는 내각 불신임과 연결되는 것이 본질이지만 국가별 법제도의 특성이 나라별 실정에 따라 다른 것이 현실"이라며 "예시된 문제가 바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문항에 '전형적'인 두가지 정부 형태라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세대 이덕연 교수(헌법)는 "전문가들이 미국의 대통령제를 '전형적인 대통령제도'로 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의원내각제' 국가는 영국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이 실제 탄핵소추 기능을 가지고 있다면 '전형적인 제도'라는 표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지극히 교과서적 수준으로 정답을 가린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실제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탄핵소추 기능이 있는만큼 해석을 확대한다면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교수로서도 이러한 문제는 회피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법제도는 각기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장단점으로 분류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제도론에 관한 문제를 객관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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