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만 제주도소방본부장이 18일 기자브리핑을 하고 있다. <제주투데이 DB>
"모두가 저희들 불찰입니다. 모든 책임은 저희들에게 있습니다."

한 사건이 터졌을 때 조직의 리더에게 기대하는 말이다. 그가 직접적인 잘못은 없을 지라도 관리책임자로서의 도의(道義)가 있기 때문이다.

또 섣부른 변명도 금물이다. 자칫하면 '잘못도 없는데 억울하다. 그에 대한 근거를 보여주겠다'는 항변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을 사죄하는 자리라면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는게 가장 깔끔하다.

지난 18일 이용만 제주도소방본부장은 소방조직 쇄신 기자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기자브리핑은 인사비리 의혹에 관한 사죄와 함께 쇄신책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기자브리핑은 전혀 다른 형태로 흘러가는 듯 했다.

물론 서귀포소방서장 직위해제 등 7명의 직원에 대한 징계와 쇄신책 발표도 있었지만 '억울하다'는 투의 발언이 이어졌기 때문.

이 본부장은 이날 "소방발전협의회의 허위 과장 때문에 (소방본부가) 만신창이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소방발전협의회가 검증도 되지 않은 일들을 사실처럼 왜곡했다"며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만신창이가 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제주도감사위 감사 결과도 일부 사안은 허위 과장으로 조사됐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소방발전협의회는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어디에 등록된 단체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양 낙인이 찍혀져 있지만 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며 "그런 차원에서는 억울하다. 잘못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쯤되면 이날 기자브리핑이 왜 열렸는지 헷갈린다. 그의 논리를 단순화시키면 '소방발전협의회 허위 과장->소방본부 신뢰추락'으로 귀결된다.

사건의 근본 원인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어쨌거나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소방고위공무원의 인사비리와 전횡이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7명이 징계처분도 받았다.

그러나 결국 남은 것은 '허위과장을 일삼은' 한 정체불명의 단체였다.

그 단체는 '아무런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호칭에 어울리지 않게 전.현직 소방공무원 등 7200여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들은 지난 8월 18일 '제주소방비리 척결에 나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소방본부의 총체적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내탓이요'라고 할 줄 아는 리더십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제주투데이>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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