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전 승리 주역이 된 이근호. 노컷뉴스
19년간 지속되어온 암울한 역사가 드디어 끝났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이근호, 박주영의 골을 앞세워 사우디아라비아의 벽을 19년만에 넘어섰다. 한국은 20일 새벽 1시35분(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3차예선전에서 후반 32분 터진 이근호의 첫골과 인저리타임에 터진 박주영의 쐐기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지난 1989년 이탈리아 월드컵예선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19년간 6경기 연속 무승(3무3패)으로 단 한번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겨보지 못한 한국은 이날 드디어 암울한 역사를 끝내며 새역사를 시작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승점 3점 획득을 노렸던 허정무호는 이날 경기로 2승 1무를 기록, 승점 7로 2조 선두를 질주하며 남아공월드컵 본선 7회연속 진출을 향한 전진을 계속했다.

지난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서 좋은 호흡을 보였던 정성훈-이근호 투톱을 내세운 허정무 감독은 '캡틴' 박지성의 공수 조율하에서 골을 뽑아내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7만여 관중이 들어차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래바람을 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후반 들어 공격의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고도 골문을 열지 못했던 한국의 역사적인 골은 이날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한 이영표와 주장 박지성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드리블해 상대 진영으로 다가선 이영표는 GA왼쪽에서 문전으로 다가서는 박지성에게 공을 정확히 연결했다.

박지성은 수비수 한명을 제치며 골키퍼까지 따돌렸고 건너편으로 달려오던 이근호에게 연결, 이근호는 이를 침착하게 골문으로 밀어넣어 19년의 암울한 역사를 끝냈다. 이날 골을 기록한 이근호는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함으로써 대표팀의 해결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골을 넣자 다음골은 또 터져나왔다. 추가골의 주인공은 오랜만에 허정무호에 탑승한 박주영. 이날 경기에서 조커로 투입된 박주영은 전후반 90분이 끝나고 주어진 추가시간에 절묘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상대 골키퍼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며 2-0 완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 초반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더욱 기회가 많았다. 양팀 모두에게 가장 좋은 기회가 온것은 전반 4분을 넘긴 경기 초반. 사우디아라비아는 코너킥에어 이어진 빠른 슈팅으로 한국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골키퍼 이운재 옆에 자리하고 있던 이영표가 한차례 이를 막아낸 뒤 연이은 슈팅을 다시 한번 차단하는 귀신같은 수비솜씨를 보여줬다.

위기를 넘긴 한국은 역습을 노렸다. 중원에서 길게 찔러준 공을 이어받은 이청용은 상대 문전 오른쪽으로 돌진했고 왼쪽 구석에서 달려오는 이근호를 향해 패스, 콤비플레이를 노려봤지만 골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전반 33분에는 이근호가 오른쪽에서 달려들며 골문의 사각지대를 노려봤지만 한걸음 먼저 달려나온 골키퍼기 이를 막아냈다. 득점없이 전반전을 끝낸 양팀은 후반들어 더욱 공격적인 경기를 펼치며 승점 3점을 얻기 위한 항해를 계속했다.

후반 1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은 문전앞에서 이근호-이청용-정성훈으로 이어지는 빠른 패스끝에 절호의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아쉽게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15분경에는 한국팀에 행운이 깃들었다. 상대팀의 차세대 에이스라 할 수 있는 하지지가 퇴장당한 것. 이후 한국은 수적인 우위를 잡고 더욱 공세를 펼쳐 결정적인 장면이 많이 만들어졌다. 후반 17분에는 이청용이 정확히 올린 코너킥을 향해 기성용이 헤딩으로 연결, 슛을 노렸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5분여 뒤에는 박지성이 홀로 드리블을 하며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아크서클 부분에서 오른발 강슛을 시도했으나 왼쪽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공격의 주도권을 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자 허정무 감독은 정성훈을 빼고 박주영을 기용하면서 좀더 빠른 공격을 노려봤다.

결국 후반32분 이근호는 박지성의 천금같은 패스를 이어받아 가뭄의 단비 같은 골을 기록, 승리의 주역이 됐고 교체투입된 박주영 역시 골로 답하며 타고난 골감각을 증명해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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