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총리대신(수상)은 셀러리맨이 돼버렸다고 나카소네 전 수상이 탄식했다.

아베수상과 후쿠다 수상은 임기도 끝내지 못한 채 일년 만에 정권을 내던지고 말았다.

그 뒤를 이은 아소오 수상은 취임과 함께 국회를(중의원)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여 정권기반을 재구축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전임 수상들의 무책임한 정권포기에 대한 비난과 경제악화는 물론 세계를 휩쓴 금융 불안으로 국회해산의 기회를 노리고 있지만 자민당에 유리한 조건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늦어도 금년 중에는 선거가 있을 것으로 믿고 여야당 관계없이 선거사무실을 빌고 스텝들을 중원시켜 선거전에 돌입했던 국회의원들은 예상이외의 지출에 난감한 상태이다.

이것은 국회의원 당사자들만이 아니고 미디어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각 신문들은 연일 선거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고 평론가와 정치가들은 TY에 출연해서 선거열기에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지난번 요미우리신문은 전면에다 <기초부터 아는 세습의원>이라는 제목을 달고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요리우리신문의 <세습의원>개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형제자매나 부모, 조부모 등 후보자 본인과 3등신이내의 혈족과 배우자에게 국회의원이 있는 경우

둘째, 배우자의 형제자매나 부모, 조부모 등 2등신이내의 인척(사돈)중에 국회의원이 있는 경우

이렇게 선거지역이나 그의 지명도를 이용하는 현직의원과 입후보자를 세습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요미우리신문만이 아니고 다른 미디어는 물론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된 인식이다.

현재 중의원 의원의 정원은 480명인데 그중에 세습의원은 131명이 있다.

4명중에 1명이 세습의원들인데 여당 자민당 108명 야당 민주당이 16명 그 외 다른당에 있다.

아소오 내각 중에는 수상까지 포함해서 18명의 각료 중 12명이 세습의원이고 부친이나 조부가 수상직을 경험한 의원은 모두 4명이다.

후쿠다, 아베, 고이즈미 전 수상도 세습의원이다.

특히 고이즈미 전 수상은 조부때부터 의원으로서 이번 선거 때는 출마 않고 은퇴한다면서 차남을 후계자로 지명했다.

구태의연한 정치체제를 타파하고 개혁해야 한다면서 우선 그러한 자민당을 자기는 깨트리겠다고 외쳤던 고이즈미 전 수상이었다.
 
마지막 은퇴 단계에 와서 가장 구태의연한 세습체제를 4대째 둘째 물려주는 그의 선언에 일본 국민은 아연했다.

정치의 사물화라는 논쟁 속에서도 이번 선거에 입후보하는 세습후보는 약 870명의 출마 예정자중 150명이다. 차츰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지만 놀라운 숫자이다.

일본에서는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필수 조건으로서 세 개를 들고 있다.
지반(地盤)과 간판과 가방이다.

지반은 후원회조직(지역구)을 의미하며 간판은 지명도이고 가방은 자금력을 뜻한다.

세습의원인 경우 이러한 조건을 원활하게 이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초선에 입후보해도 출발부터 타 후보를 압도적으로 능가 할 수 있다. 그만큼 또 당선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제까지 세 번 치른 선거에서 세습의원의 당선비율은 70%에서 80%까지 이루고 있다.

세습의원은 정치의 사물화라는 비난의 소리도 높지만 생산적인 일면도 부인 못한다.

자신의 선거구가 안정되었기 때문에 정치가로서 정책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다는 점이다.

세습의 또 다른 이권은 후원회조직의 기득권에 있다.

지역구내에서는 물론 다른 이권이나 청탁이 필요할 때 후원회의 발언력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한 가운데 세습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특히 자만당 장기 정권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야당인 민주당에도 16명의 세습의원이 있지만 거의가 자민당을 이당한 의원들이다.

정치의 사물화라는 세습의원의 비판에는 참신한 신인 정치인 참가가 어렵다는 점과 인재공급의 범위가 좁아지고 편협적인 정치가가 많아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본인의 의사보다는 주위의 권유에 출마한 경우가 많으므로 정치가로서의 목적의식이 약하며 고생을 모르는 정치가이기 때문에 강한 신념과 인내력이 모자라다는 평을 들고 있다.

좋은 예가 아베, 후쿠다 수상이 나몰라라는 식으로 정권을 내던진 점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세습의원의 병폐를 막기 위해서 같은 지역구에서 세습에 해당하는 후보자 금지와 선거자금관리단체를 세습하는 공선법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행까지는 요원하다.

요미우리신문은 해외의 예도 들었는데 그 속에 한국도 포함됐었다.

박근혜씨와 정몽준씨를 세습의원으로 소개하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씨는 공인을 받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주요정당은 공인후보를 선정할 때 각 선거구 당원들의 선거에 의해 뽑기 때문에 부모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은 이상 2세의 당선은 어렵다고 들고 있다.

납득할 수 있는 소개기사였지만 필자는 다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세습의원인 경우 그 전임자인 선친 혹은 친척의원의 인망을 받고 명예 있는 은퇴 속에 의원직을 그만두고 물려줘야 한다.

그러나 다선 의원인 경우 사법조사의 대상이 되거나 아니면 다시 선거에 나와서 낙선되는 경우와 소속 정당에서 공천 받지 못하는 예가 허다하다.

이러한 요인도 한국의 세습의원 토양이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선거구민만이 아니고 소속 정당으로부터 존경은 커녕 인망을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자신의 가족들을 후계자로 정할 수 있을 것인가?

역설적으로 일본에 세습의원들이 많다는 것은 그 전임자가 다선 의원으로서 활동하면서 인망과 존경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깨끗한 정치가로서 은퇴하는 그들의 모습이 부럽다.<제주투데이>


▶1949년12월 제주시 삼양출신,  1973년 병역마치고 도일, 1979년「현대문학」11월호 단편「오염지대」초회추천, 1980년<오사카 문학학교>1년 수로(본과52기), 1987년「문학정신」8월호 단편「영가로 추천 완료,  중편「이쿠노 아리랑」으로 2005년 제7회 해외문학상 수상, 2006년 소설집 <이쿠노 아리랑>발간, 2007년 <이쿠노 아리랑>으로 제16회 해외한국 문학상 수상, 1996년 일본 중앙일간지 <산케이신문>주최 <한국과 어떻게 사귈 것인가> 소논문 1위 입상. 2003년 인터넷 신문「제주투데이」'김길호의일본이야기'컬럼 연재중, 한국문인협회,해외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 회원. 현재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면서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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