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굴된 유해들이 대부분 3~4겹으로 겹쳐져 있어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케 하고 있다.
60년전 제주4.3당시 최대 학살터로 추정되는 제주국제공항(옛 정뜨르비행장)에서 또 다시 53구의 유해가 추가로 발굴됐다.

제주 4.3연구소는 21일 오후 4.3집단학살지(제주공항) 유해발굴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 4.3 당시 행방불명됐던 오빠를 찾으러 왔다는 양여하(81, 제주시 오라동) 할머니.
이곳에서 지난 9월 18일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시작한 4.3연구소는 당시 인근지역 거주민과 부역 동원자를 대상으로 증언조사를 벌여 발굴장소를 추정했다.

발굴팀은 공항 남북활주로 동북쪽에서 지난 9월 23일 부분유해 조각 1기와 고무신 조각 2기를 확인한 후 구덩이 실측작업을 벌이고 유해 발굴작업을 진행했다.

유해들의 묻혀있는 곳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 유해발굴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4.3유족들.
대부분 유해가 손이 뒤로 묶여 있었으며, 3~4겹으로 중첩된 상태로 발견됐다. 또 상반신과 하반신이 겹쳐진 유해들도 발견돼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탄피, 탄두, 벨트, 일본동전, 고무신, 나일론 재질의 옷 등 다수의 유류품도 발굴됐다.

이날 현장설명회에서는 정부의 4.3위원회 폐지 논의에 격분된 유족들의 발언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 김두연 제주4.3유족회 회장.
김두연 제주4.3유족회장은 "천인공로할 현장을 보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며 "60년만에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데 4.3위원회 폐지는 말도 안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 김 회장은 "이번 유해발굴로 정치인들의 정신이 개조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박찬식 제주4.3연구소 소장도 "새로운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데 4.3위원회 폐지가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윤경 4.3유족회 남원읍회장은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할 수 있냐"며 "이 장면을 보고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또 양 회장은 "이런 상황을 보고도 4.3위원회 폐지가 거론될 수 있냐"며 "정치인들은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했다.

이 일대는 4.3발발 1년여 후인 1949년 10월 군법회의를 통해 옥에 갇힌 민간인 수형자 249명이 군인들에 의해 총살된뒤 집단 암매장된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

앞서 4.3연구소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1차 발굴에서도 54구의 유골을 발굴했다.<제주투데이>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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