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 여성들이 섹스에 대해 조금만 표현을 해도 사회 시선이 곱지는 않은데 장애여성이 그런 말을 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말로 다 못해요. 장애여성이기 때문이죠”

얼마 전 장애인 누드사진을 공개,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선희씨(31)는 누드 공개 후 장애여성의 성폭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식의 리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 이선희씨는 현재 다양한 자립생활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인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이정훈
“비장애인들에게는 무조건적으로 순수하고 순진하고 착하고 불쌍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동정 어린 시선으로 저희들을 바라보지 말아주십시오. 저희들은 천사가 아닙니다. 저희들은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자기 스스로 열린 마음을 갖고 노력하지 않으면 사회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씨는 당당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브레이크뉴스에서 그녀를 만나 누드사진 공개 후 경험했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브 :브레이크뉴스, 이 :이선희씨)

브 : 이선희씨 본인이 정상인으로서 '누드'를 찍었다면 이렇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이: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의 이목이 낯설기만 해요. 그래서 비장애인이었을 때의 상황은 잘 모르겠네요. 막연하게 생각을 해본다면 아마도 누드를 제가 혼자 간직하고 있었겠죠. 남의 이목을 받지도 못했을 것 같아요.

브 : 전 남자친구 얘기 좀 해주세요 .

이 : 오래전의 일이라서요. 그저 많이 친절하고 제게 잘해주었어요. 사귀는 동안 그리 많은 애정을 주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부담감에 서로 이별까지 했습니다. 그때는 그게 왜 두려웠는지...

브 : 현재 일에 대한 보람과 힘든 점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이 : 당사자 중심의 동료상담간사를 맡고 있고, 중증장애인의 사회생활을 보조하는 활동보조인 모집 및 교육을 하여 사회 참여를 원하는 중증장애인에게 연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활동보조인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으면 보람을 느낄 때 활동보조인을 이용한 장애인 당사자가 이용하기전보다 많은 부분에서 확연히 달라져 변화한 모습을 대했을 때 보람을 느끼고 힘든 점은 아직은 모르겠네요. 내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 모 인터넷 신문에 공개한 누드사진
브 : 누드가 공개된 후 주변에서의 반응과 시각은 어떤가요?

이 : 저는 누드를 공개한 후의 이야기보다는 그전에 제가 주위 사람들이나 직장 동료, 저의 센터 소장님에게까지 모두에게 물었을 때 거의 지지해주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했어요. 다만 내 선택에 따른 책임까지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그 일이 뭐가 됐던가에 최선을 다하라고 해주었죠.

브 : 연예인들 누드와 본인 누드의 차이점을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이 : 누드 자체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똑같다고 봅니다. 연예인 누드와 제가 말하고자하는 누드의 표현은 다릅니다. 전 에이블뉴스라는 장애인 관련 뉴스에 장애여성의 성 관련해 쓰여지는 칼럼에 게재하려 했을 뿐인데 겉잡을 수 없이 일이 커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돈을 받고 상업적으로 사진을 올린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누드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브 : 누드를 통해 알리고자 하는 점이 있을 것 같은데.

이 :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장애여성이나 비장애여성의 성 모두 우리나라 정서적으로 너무도 갇혀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장애여성의 성을 제3의 성으로 치부해버리는 사회의 시선과 장애여성들 스스로도 변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브 : 기존 언론에서 인터뷰 한 것들 중 대답하기 싫었던 질문이 있었나요?

이 : 장애여성의 성에 대해 내 자신 스스로 누드를 찍어 칼럼에 올렸을 뿐인데 장애여성이 누드를 찍었다는 이유만을 부각시키려 할 때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상의 리플에 대해 물어봤을 때 솔직히 대답하기 힘들었습니다. 좋은 평도 있었지만 대체로 악평이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해서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말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 중 제일 충격적인 것은 제 누드를 통해 장애여성의 성폭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식의 리플에 상처를 많이 받았습니다.

브:장애인들의 성과 일반인들과의 그것이 다른 점이 있는 건지? 장애인도 사람이라 성적욕망은 당연히 있는 게 아닌가요?

이 : 네, 맞습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그런데 기자님도 정말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제가 느끼기에는 꼭 이런 문제들이 나오고 나서야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게 어떻다는 거야? 다시 물어오더군요.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사회 구성원 속에서 봐왔던 저의 문제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장애여성을 만나겠냐고 한번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그럼 충분히 알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브 : 결혼계획이 있나요? 어떻게 살고 싶어요?

이 : 결혼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일 인연이 없어 못하게 된다면 나만의 작은 공간을 꾸며 약간의 외로움을 즐기며 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 원두커피 한잔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의 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멋진 녀석(?)이라면 좋겠습니다(웃음)

브 : 비장애인들은 왜 장애인들이 순수하고, 착하고, 지적장애를 가졌다고 생각할까요? 다른 장애인들의 생각도 그런가요?

이 : 물론 저의 생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회의 잘못된 시각이 만들어내는 문제라고 봅니다. 그리고 장애인 모두가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만 피해의식이란 문제는 장애인 당사자가 아닌 사회가 주는 것이라고 봐요.

[제휴뉴스=이정훈 http://www.breaknews.com]
브레이크뉴스는 통신기자협회 회원사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